에너지가 넘치는 선수가 살짝 의기소침해 있었다.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은근히 메달권 진입을 기대했는데 6위에 그쳤다. 3~4위 경쟁을 할 줄 알았다고 했다.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남자 육상 대표 윤경찬(31)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윤경찬은 2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황롱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100m(T53) 결승에서 6위(15.80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고교시절 윤경찬을 육상으로 이끈 '레전드' 유병훈(51·경북장애인체육회)이 4위(15.52초)로 들어왔다.
스타트가 괜찮아 3~4위 싸움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속도가 안 붙었다. 훈련량 부족, 현지 적응 실패를 실감했다.
윤경찬은 "연습 때 기록이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최악의 기록이 나왔다. 아쉽고 속상하다. 내가 부족한 탓이다. 돌아가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겠다"며 자책했다.
초등학교 때 척수를 다친 윤경찬은 운동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실업팀 소속 직업선수가 아니다. 한체대에서 특수체육교육을 전공한 현직 특수교사다. 임용고시를 통과해 학교에서 일하다가 집 근처 안산교육지원청 특수교육센터로 옮겼다. 오전에 순회 교육을 하고 오후에 행정업무 를 본다. 근무가 끝나고 퇴근해 훈련을 해 왔다. 교사와 선수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배포한 대표선수 프로필에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후회없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가 적혀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다보니 아무래도 훈련 시간 확보가 어렵다. 근무 시간이 끝나고 시간을 쪼개 밤에 훈련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대회를 앞두고 동료들이 업무를 조금씩 분담해 줬는데도 그랬다.
그는 "고정된 시간에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그날 그날 상황에 따라 훈련량이 달라진다. 아쉽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니 감수해야 한다. 함께 근무하는 분들이 응원도 기대도 많이 했을텐데 아쉽다"고 했다.
항저우에 도착한 뒤 컨디션이 안 좋았다. 목이 컬컬했다. 기침을 했다. 달라진 환경에 몸이 이상반응을 했다. 그는 "어쨌든 컨디션 관리를 못한 내 책임이다"고 했다. 지난 7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땐 다른 나라 선수와 충돌사고가 있었다.
내년에 고베세계선수권대회, 파리패럴림픽이 열린다. 그는 지금 기록으로는 파리패럴림픽 출전이 어렵다고 했다. 냉철하게 자신을 바라봤다.
주 종목인 100m를 마쳤다. 나머지 종목은 올해 국제대회 출전 기록이 없다.
윤경찬은 "남은 경기는 즐기려고 한다. (파리패럴림픽에 나가려면)올 겨울을 잘 보내야할 것 같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핑계같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항저우(중국)=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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