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인야구팀 에네오스(ENEOS)의 외야수 와타라이 료키(21)는 3년 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신청서를 냈지만 지명을 받지 못했다. 원조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배출한 명문 요코하마고 시절에 공식경기에서 타율 4할1푼9리, 24홈런을 기록했는데도 프로팀들이 외면했다.
와타라이는 프로팀 재도전을 위해 요코하마에 연고를 둔 사회인야구 명문 에네오스에 입단했다. 1년이라도 빨리 프로에 가고싶어 선택한 길이라고 했다.
3루와 외야 수비가 가능한 우투좌타. 에네오스에서 첫해부터 주전 우익수로 뛰면서, 타격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도시대항야구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쳐 가나가와현 베스트 나인에 뽑혔다. 입단 2년차 도시대항야구대회에선 타율 4할2푼9리을 기록하며 팀 우승을 이끌고 MVP에 선정됐다. 5경기에서 4홈런을 터트리는 폭발적인 타격을 했다.
26일 열린 일본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회의.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 12개팀이 1순위로 지명한 선수 중에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즈가 와타라이를 1순위로 뽑았다.
요코하마뿐만 아니라 주니치 드래곤즈, 지바 롯데 마린즈도 그를 1순위로 지명했다. 3개팀 중 추첨을 통해 요코하마가 1순위 지명권을 가져갔다.
와타라이는 "요코하마가 선택해줘 너무 기쁘다. 고교와 에네오스 소속으로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여러차례 뛰어봤다. 요코하마 스타디움 분위기가 너무 좋고 팬들의 성원도 뜨겁다. 내가 뛰고싶은 구장에서 야구를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했다.
고교졸업을 앞두고 프로팀이 외면했던 외야수가 3년 만에 1순위 지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 선수가 된다.
일본프로야구 1순위 지명은 주로 대학생 투수에 돌아간다. 요코하마를 제외한 센트럴리그 5개팀이 모두 대학 투수를 맨 먼저 호명했다. 또 전체 12개팀 중 9개팀이 대학생, 투수를 1순위로 뽑았다. 사회인야구팀 외야수의 1순위 지명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시즌 요코하마는 센트럴리그 3위로 클라이맥스시리즈(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위 히로시마 카프와 퍼스트스테이지 1차전을 앞두고 에네오스와 연습경기를 했다. 이 경기에서 와타라이는 요코하마 주전투수를 상대로 적시 2루타를 때리는 등 공수주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은 요코하마가 당초 좌완투수를 1순위로 지명할 생각이었는데, 이 경기에서 와타라이를 보고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와타라이의 아버지는 야쿠르트 스왈로즈 내야수 출신 와타라이 히로부미(51)다. 드래프트 3순위로 야쿠르트에 입단해 15년을 뛰었다. 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통산 52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5리 173안타 9홈런 61타점 76득점을 기록했다.
선수 은퇴 후 야쿠르트 구단 프런트가 돼 홍보, 마케팅, 스카우트, 야쿠르트 주니어팀 감독을 거쳐 야쿠르트 아카데미 소속이다. 와타라이 료키도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야쿠르트의 주니어팀에서 야구를 했다. 형도 사회인야구팀에서 뛰고 있다.
와타라이 히로부미는 현역시절 미우리 다이스케 요코하마 감독을 상대로 7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고 한다. 미우라 감독은 통산 152승을 올린 요미우리 투수 레전드다. 아들이 1순위 지명을 받은 후 미우라 감독을 만나 담소를 나눴다고 한다.
아버지는 3년 전을 돌아보며 "아들은 더 했겠지만 나도 속상했다. 그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 아들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3년간 열심히 했다. 이네오스 감독, 코치, 스태프에 감사한다. 아들이 아버지를 뛰어넘는 선수가 되고싶다고 했는데, 목표를 더 높게 잡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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