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리드를 당하며 끌려간 게 2연패의 원인이었다."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2일 창원NC파크. KT 이강철 감독은 수심이 깊어보였다. 홈에서 열린 1, 2차전을 NC에 모두 내줬다. 1차전은 상대 에이스 에릭 페디의 압도적인 투구에 눌렸다. 2차전도 선발 신민혁 공략에 실패했다. 2-3으로 따라간 9회 역전 찬스를 잡았지만, 동점도 만들지 못하는 충격적인 결과 속 탈락 위기에 몰렸다.
이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2경기 모두 상대에 리드를 허용하며 끌려갔다. 그러니 선수들이 급해졌다. 우리가 흐름을 가져가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상대 불펜 사정을 볼 때 경기 후반에 찬스가 올 수 있다. 초반 흐름만 잘 타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중요한 건 선취점이었다. 3차전도 만약 NC에 먼저 점수를 준다면, 선수들이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 반전의 필수 요소, 선취점이었다.
그 감독의 바람에 응답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8번타자' 배정대였다. 0-0이던 2회 상대 선발 태너를 상대로 선제 투런포를 때려냈다. 1사 1루, 볼카운트 1S 상황서 태너의 주무기 낮은 슬라이더를 완벽하게 걷어올렸다.
KT는 3차전에서도 무사 1, 3루 악몽에 빠질 뻔 했다. 2차전 9회 무사 1, 3루 찬스를 놓치며 패했던 KT. 3차전 1회에도 시작하자마자 김상수와 황재균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믿었던 알포드와 박병호가 연속 삼진을 당한 것. 장성우도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KT 더그아웃 분위기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없이 위축될 뻔 한 분위기를 단숨에 살려낸 배정대의 홈런포였다. '억만금'짜리였다. 배정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태너선수가 주자 있을 때 퀵이 빠르다. 초구부터 준비를 빨리 한다고 했는데 조금 늦었다. 2구에 변화구를 던질 거란 느낌이라 노리진 않았지만 준비하고 있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배정대의 홈런 지원에 선발 고영표도 긴장을 풀고 허허실실 투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배정대는 1차전에서도 9회 NC 마무리 이용찬을 상대로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1-9로 뒤지던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라 승패를 바꾸지는 못했지만, KT가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여준 홈런이라 의미가 컸다.
배정대는 KT 야구의 공-수 핵이다. 중견수 자리에서 넓은 수비 범위를 커버해주니, 양쪽 코너 외야수들을 공격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 1차전에서 권희동 타구를 잘 따라갔지만 글러브에 맞고 떨어지는 적시 2루타로 쐐기점을 내줬다.
배정대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절대적으로 나와서는 안되는 내 실수였다. 1차전에 홈런을 치고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팀이 졌으니까…. 우리는 다음 경기를 해야해 실수에 대한 잔상을 지우는데 포커스를 뒀다. 1차전은 솔직히 긴장이 많이 됐다"고 반성했다.
2020 시즌 13홈런, 2021 시즌 12홈런을 날리며 장타력 장착했던 터. 하지만 지난 시즌과 올시즌 홈런수가 각각 6개, 2개로 뚝 떨어졌다. 그러면서 이번 가을야구에서 8번에 배치됐다. 장타보다는 작전 야구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올 가을 그는 잠시 접어뒀던 장타 툴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렇게 배정대는 가을야구 '공포의 8번타자'로 벌떡 일어섰다. 벼랑 끝 팀도 3대0으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했다.
창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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