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LG와 충분히 해볼만 합니다. 또 할 겁니다."
KT 위즈 캡틴 박경수는 결의에 가득 차있었다. 한국시리즈 진출로만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또, 친정팀 LG와의 한국시리즈이기에 더 재밌는 경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KT는 5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2년 만에 다시 대권 도전에 나선다.
주장 박경수도 한국시리즈행에 큰 공을 세웠다.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주전 2루수로 나가며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여줬다. 특히, 팀이 2연패로 몰렸던 3차전 7회초 선두타자 마틴의 안타성 타구를 걷어내는 결정적 수비로 반등의 분위기를 마련해줬다. 3차전 후 내전근 부상으로 인해 4, 5차전은 선발로 나서지 못했지만 살떨리는 5차전 리드를 잡은 후 대수비로 나와 승리를 지켜냈다.
박경수에게 이번 한국시리즈는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39세. 이제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나이. 선수 생활 마지막 한국시리즈일 수도 있다. 그런데 상대가 LG다. '애증'의 친정팀이다. 박경수는 성남고를 졸업하고 2003년 LG에 1차지명을 받은 대형 유망주였다. 입단할 때부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격수 유지현의 후계자가 될 거라 예상됐다. 입단 때 받은 계약금만 무려 4억3000만원이었다.
그러나 LG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터질 듯 터질 듯, 터지지 않았다. 2루로 전향을 했지만, 공-수 모두에서 조금씩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확실한 주전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박병호(KT) 정의윤(은퇴) 등과 함께 LG 구단과 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떠난 만년 유망주가 됐다. 2015 시즌을 앞두고 전력 보강이 급했던 신생팀 KT가 FA로 박경수를 데려갔다.
이게 박경수의 야구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KT로 이적하자마자 22홈런을 쳤다. 그 전까지 LG에서 기록한 한 시즌 최다 홈런이 8홈런이었다. KT에서 거포 2루수로 완벽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리더십도 100점이었다. KT가 2021년 첫 통합우승을 차지하기까지, 박경수의 역할이 컸다. 나이를 먹으며 장타력은 급감했지만 KT도 박경수를 신뢰했고, 40대가 되기 직전까지 선수로 기회를 줬고 심지어 포스트시즌 주전으로 기용하고 있다.
이제 박경수 야구 인생에 마지막 도전이다. LG팬들에게 '내가 이렇게 좋은 선수가 됐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박경수는 "LG와의 한국시리즈라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하면서 "나도 LG 암흑기 세대 아닌가. 정규시즌 1위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리도 어렵게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두 팀 모두 후회없는 한국시리즈를 펼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상대가 LG라 전투력이 생기느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LG를 떠난 것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런 감정은 없고, 즐기면서 양팀이 좋은 플레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박경수는 이어 "LG의 달리는 야구를 조심해야 한다. 큰 경기는 수비다. 수비를 탄탄히 해야 하고, 기본기를 신경써야 한다"고 베테랑으로서 판세를 전망했다. 이어 강팀 LG와 해볼만 하겠느냐고 묻자 박경수는 이렇게 답했다. "충분히 해볼만 합니다. 그리고 할 겁니다."
수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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