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무려 30회 동안 청룡영화상을 지킨 김혜수가 웃으며 안녕한다.
오는 24일 열리는 제44회 청룡영화상 진행을 끝으로 MC 자리에서 내려오는 김혜수는 그동안 차진 진행 멘트와 완벽한 진행 에티튜드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후보를 향한 매끄러운 소개와 영화인 전반을 아우르는 따뜻한 카리스마, 적재적소 터지는 재치까지 시상식 전반을 진두지휘했던 김혜수. 30회 동안 관객과 시청자를 웃고 울린 김혜수의 말말말을 모아봤다.
"주최자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해요."
제30회 청룡영화상에서 김혜수는 시상식에 대한 사랑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청룡영화상을 내가 주최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며 애정을 쏟았다. 당시 11번째 청룡영화상 MC로 많은 주목을 받은 김혜수는 변화가 많았던 남성 MC와 달리 청룡영화상을 끝까지 지킨 안주인으로 확실하게 입지를 다졌다. 당시 신입 MC로 김혜수와 첫 호흡에 나선 이범수는 선배 김혜수에게 청룡영화상 롱런 비결을 물었고 김혜수는 주최자 이상의 남다른 애정과 진심을 담은 센스와 재치 있는 멘트를 던져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
"윤여정 수상, 텀블링 공약 걸었는데 쥐가 나서요."
제31회 청룡영화상에서도 김혜수의 적재적소 명품 입담은 끊이지 않았다. 시상식 전 영화 '하녀'(10, 임상수 감독)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선배 윤여정과 우연히 만난 김혜수는 윤여정의 수상을 예측하며 특별 공약을 내세웠던바, 실제로 윤여정이 수상자로 호명되자 공약이 떠올랐던 김혜수는 "선생님이 상 타시면 뒤에서 '텀블링'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다리에 쥐가 나서 못 하겠다"며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털어놔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천우희 씨를 한공주라고 부를 뻔했어요."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영화 '한공주'(14, 이수진 감독)에서 한공주 역으로 열연을 펼친 천우희가 수상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오랜 무명을 딛고 얻은 수상이었다.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천우희가 무대에 올라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도 않은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라며 오열하자 김혜수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천우희의 눈물을 누구보다 공감했던 김혜수는 "영화를 정말 감명 깊게 봤다. 천우희를 한공주라고 부를 뻔했다. 얼마나 잘했으면 그러겠느냐. 실력으로 무장한 배우다"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청룡, 상 참 잘 주죠?"
청룡영화상의 권위는 다름 아닌 공정성에서 나온다. 영화인들이 인정하는 진정한 영화상으로 44회 동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모두가 인정할, 이견 없는 공정한 시상 때문이다. 김혜수도 청룡영화상의 자랑인 공정성을 오랫동안 지지해 온 영화인 중 하나다. 무엇보다 제36회 청룡영화상에서 김혜수는 그해 걸작으로 손꼽혔던 작품과 연기력이 뛰어났던 명배우에게 편견 없이 수상의 영예를 안긴 대목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대에 이름도 알릴 수 없었던 독립운동가들의 투쟁을 그린 작품 '암살'(15, 최동훈 감독)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김혜수는 "나는 청룡영화상이 너무 좋다. 상 참 잘 주지 않느냐?"라고 자평했다.
"영화는 조여정 씨 만의 짝사랑이 아닙니다."
'청룡의 여신' 김혜수 진행의 관전포인트는 '공감'과 '따뜻함'이었다. 후보 모두를 아우르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김혜수는 수상 직후 수상자들을 향해 따뜻한 응원과 지지를 담은 코멘트를 덧붙여 수상의 여운을 더욱 깊고 진하게 만든다.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도 김혜수의 따뜻한 한마디가 시상식을 지켜보던 모든 배우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기생충'(19, 봉준호 감독)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조여정이 "어느 순간 연기를 짝사랑하는 존재라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언제라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짝사랑해 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에 김혜수는 "영화는 조여정만의 짝사랑이 아니다. 앞으로 관객, 관계자들이 조여정을 더욱 주목하고 기대할 것이다"고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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