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사면초가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사면에서 초나라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는 뜻. 모든 방향에서 적군의 노랫소리가 들린다는, 완벽하게 포위됐음을 의미한다.
한국시리즈 1차전 잠실구장이 딱 그랬다. 1,3루 모두가 LG팬들로 가득찼다.
보통 1루측은 홈팀, 3루측은 원정팀 관중이 주를 이룬다.
1루측엔 홈팀 응원단, 3루측엔 원정팀 응원단이 와서 응원전을 펼친다.
홈팀 LG와 두산의 팬들이 통상 더 많지만 홈팀의 순위가 떨어질 땐 인기팀인 롯데나 KIA의 팬들이 더 많이 오기도 한다.
포스트시즌도 마찬가지. 잠실은 항상 홈과 원정이 확실하게 나눠진다. 간혹 외야 관중석에 홈팬이 더 많아 좌측 외야에 홈팬들이 보일 때도 더러 있다. 많을 땐 7대3 정도로 홈팬이 더 많을 때도 있다.
하지만 7일 잠실구장의 한국시리즈 1차전 만큼은 아닐 듯하다. 이날 만은 확실히 LG팬으로 가득찼다. 1루쪽은 물론 3루쪽에도 LG의 유광점퍼를 입고 노란 응원 수건을 펼치는 LG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KT 위즈 팬들은 3루 응원석에 작은 섬처럼 고립됐다. 그 사이 사이에도 유광점퍼를 입은 LG팬들이 노란 수건을 들고 응원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경기 시작 5시간 전인 오후 1시 30분, 잠실구장 2만3750석이 모두 팔렸다.
KBO는 1차전 하루 전날인 6일 오후 2시부터 한국시리즈 1∼5차전 티켓을 인터넷 판매했다. 포스트시즌 단독 판매사인 인터파크를 통해 판매됐고, 웹사이트와 ARS,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1인당 최대 4매까지 예매할 수 있었다.
LG의 29년 만 우승 도전, 21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이라 LG팬들의 예약 전쟁이 예상됐다.
예매에 실패한 LG팬들은 난리가 났다.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1,2차전의 경우, 2시 정각에 맞춰서 접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순간 대기 인원이 10만 명 이상이었다. 최대 20만 명까지도 찍혔다. 그만큼 동시 접속자가 많이 몰리면서 예매는 결국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중고거래 마켓 등에서 '프리미엄'을 붙인 리셀링 티켓 판매이 이뤄졌다. 원래 좌석 가격에 3~4배 이상을 훌쩍 뛰어넘어 수십배에 이를 만큼 과도하게 가격을 책정한 리셀러도 있었다.
모 기업 계열사에 배당되는 일부 티켓들도 임직원들 사이에서 복권 당첨급 경쟁률이었다는 후문이다. 가족 부탁, 지인 부탁까지 더해져 한정된 배당 티켓 수를 놓고 경쟁률이 어마어마 하게 치솟았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팬들이 한국시리즈 예매 팁을 알려주는 친절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포스트시즌 티켓 예매는 양 구단이 아닌, KBO가 맡는다.
KBO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예매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한국시리즈 티켓을 구할 수 있냐", "혹시 미리 구매할 수는 없냐"는 질문을 수 없이 받았지만 모두 단칼에 거절했다. LG 염경엽 감독도 표 부탁이 너무 많아 거절하느라 애를 먹었다.
KT는 2015년에 1군에 올라왔고 아직 팬층이 두텁지 않은 팀이다. 원정 경기서 상대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 익숙한 편. 이강철 감독은 경기전 LG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란 얘기에 "우리 선수들은 어느 정도 익숙하다. 상대팀 응원에 크게 동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쿠에바스는 부산에서 일부러 '마'를 들으려고 견제를 하기도 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2021년 삼성과의 1위 결정전에서도 삼성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1대0의 승리를 따냈던 KT. 그래도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에서 1,3루 양쪽에서 스테레오로 울리는 LG 응원가는 당황스러웠을 터. 하지만 KT 선수들은 동요 없이 3대2로 승리하며 1차전을 가져왔다. 압도적 응원전 열세를 극복한 소중한 승리였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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