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것이 '우승감독'의 클래스인가.
프로야구 감독 자리가 어려운 이유, 너무 많은 걸 챙겨야 해서다. 감독으로서 냉철하게 선수를 기용하고, 상황에 맞는 작전을 구사해야 한다. 선수들이 잘 될 수 있게 기회를 줘야하고, 그 기회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의 등도 두들겨줄 수 있어야 팀이 건강하게 돌아간다.
그래서 KT 위즈 이강철 감독의 한국시리즈 1차전 운용과 인터뷰가 돋보였다. KT는 2-2로 팽팽하게 맞서던 경기 균형의 추를 9회초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마지막 9회말을 막아야 승리였다.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불펜에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패기의 박영현과 베테랑 마무리 김재윤이 몸을 풀어놨다. 정규시즌이었다면 당연히 마무리 김재윤이 나갈 차례였다. 시즌 32세이브, 최근 3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투수 말고 어떤 사람을 마지막 떨리는 순간 내보낸단 말인가.
하지만 최근 기세와 구위를 보면 박영현이 맞았다.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미친' 구위로 이미 리그 최강 불펜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고졸 신인 시즌임에도 큰 경기에서 떨지 않고 던지는 담대함도 무기다. 하지만 여기서 박영현을 선택하면 김재윤의 자존심에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이 감독도 고심이 컸을 듯. 감독이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감독의 선택은 박영현이었다. 단기전, 무조전 이겨야 하는 1차전에서 정말 냉정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적중했다. 박영현은 이게 처음 던져보는 한국시리즈가 맞느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위력적인 공을 펑펑 뿌렸다.
당연히 경기 후 왜 김재윤을 쓰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나올 게 뻔했다. 이 감독은 "연장까지 생각해 마무리 김재윤을 남겨뒀다"고 말했다. 김재윤의 마지막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할 수 있는 최고의 답변이었다.
이 감독은 2회 스스로 번트를 선택해 삼중살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고 만 문상철에 대해서도 "경기에 졌으면 내가 작전을 냈다고 거짓말하려 했다"고 감쌌다.
이 감독은 만년 하위권이던 KT를 상위권 팀으로 변모시키고, 2021년 통합우승으로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올해도 정규시즌 꼴찌에서 2위로 올라서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 공을 인정받아 감독 최고 대우를 받고 KT와 재계약 했다. 이런 경험에서 묻어나온 과감한 선택, 그리고 선수들의 멘탈까지 생각하는 모습을 볼 때 이게 '우승감독'의 클래스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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