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넌 너무 게을러." "나한테만 말하지 말고, 팀원들 전부한테 얘기하시죠!"
라커룸이 전쟁터가 됐다. 감독과 선수들이 전략을 도모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전의를 다져야 할 공간에 살벌한 냉기류가 흘렀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디펜딩챔피언인 알 이티하드는 결국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49) 감독을 경질했다. 배경은 이번 시즌 초라하게 추락한 팀 성적 때문이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라커룸에서 팀의 간판스타와 언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주급으로 무려 160만파운드(약 25억8000만원)를 받고 있는 2022~2023시즌 발롱도르 수상자 카림 벤제마를 '게으르다'며 비난했고, 벤제마는 산투 감독에게 '내게만 말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산투 감독의 경질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밝혀졌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9일(한국시각) '산투 감독과 벤제마의 라커룸 싸움의 세세한 내용이 사우디아라비아 매체에 의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전 토트넘 감독이었던 산투 감독은 지난 8일 사우디아라비아 알 이티하드 구단으로부터 경질됐다.
상당히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2022년부터 알 이티하드 지휘봉을 잡은 산투 감독은 데뷔 시즌부터 사우디리그와 슈퍼컵 우승을 모두 따내며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산투 감독이 장기집권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알 이티하드는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일단은 이번 시즌 성적이 매우 나쁘다. 현재 사우디리그에서 6위(6승3무3패, 승점 21)로 내려앉아 있다. 또한 지난 6일에 열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경기에서 이라크리그의 알크와 알자위야에 0대2로 패했다. 이 패배가 경질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그런데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체인 알 리야디아는 산투 감독이 ACL 경기 도중 라커룸에서 벤제마와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친 산투 감독이 라커룸에서 벤제마에게 "네가 뛰어난 선수지만, 너무 게을러서 상대를 압박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질책했다.
이에 벤제마는 "나한테만 말하지 말고, 팀원 전체에게 이야기하라"며 반발했다. 이후에도 이들의 언쟁은 계속됐다. 라커룸 분위기가 엉망진창이 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후반에도 알 이티하드는 1골을 더 내주며 0대2로 완패했다.
팀내 영향력이 상당한 벤제마는 이후 알 이티하드 이사회에 '산투 감독이 팀의 프로젝트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식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벤제마의 편을 들어준 알 이티하드 이사회가 산투 경질을 결정한 것이다. 차기 감독은 벤제마가 선호하는 프랑스 출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로랑 블랑 전 리옹감독이 유력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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