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롤렉스 레이스의 복병, 1000만원 상금은 매우 유력?
유영찬이라는 신인투수가 없었다면,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G가 천신만고 끝에 85%의 확률을 잡았다. LG는 1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역전에 역전을 주고 받는 '역대급' 명경기 끝에 8대7로 승리했다. 1차전 패배 후 2경기를 내리 역전승으로 일궈낸 LG.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1패를 기록한 후 3차전 승리팀이 우승을 차지한 확률은 무려 85%다. LG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LG의 이번 우승에 관심이 모아지는 건, 고인이 된 구본무 전 회장이 1997년 구입했던 '롤렉스' 명품 시계의 주인공이 누가 되느냐 때문이다. 당시 한국시리즈 MVP에게 선물하겠다며 구 전 회장이 산 시계였는데, LG의 암흑기와 함께 26년 동안 금고에만 있었다. LG는 이번 한국시리즈 MVP에게 그 시계를 선물하며 우승의 한을 제대로 풀겠다고 했다. 여기에 염경엽 감독이 아쉽게 MVP를 놓친 선수를 선정해 자비로 1000만원의 상금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2차전 박동원이 8회말 기적같은 역전 결승포를 치며 롤렉스에 한 발 다가섰다. 박동원은 3차전에도 역전 투런포를 치며 쐐기를 박는 듯 했다. 하지만 역전을 당하며 박동원의 홈런 가치는 떨어졌다. 대신 주장 오지환이 9회초 믿기 힘든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치며 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가 됐다.
보통 MVP는 이렇게 결정적인 홈런이나 결승타를 치거나, 선발로 상대를 압도하는 투수들이 받기 마련. 하지만 LG가 승리한 2경기를 보면, 이 선수 없이 승리를 논할 수 없다. 바로 '늦깍이 신인' 유영찬(26)이다.
유영찬은 건국대를 졸업하고 2020년 LG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곧바로 군 문제를 해결하느라 올해 신인으로 선을 보이게 됐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떨지 않고 당차게 투구하는 모습에 염 감독이 기회를 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핵심 불펜 고우석, 정우영 등이 빠져나갈 것에 대비해 시즌 초반부터 새로운 투수를 키우겠다는 마음을 먹은 염 감독은 유영찬, 박명근을 새 필승조로 성장시켰다.
정규시즌 67경기를 소화하며 6승3패12홀드1세이브라는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른 유영찬.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선발 최원태의 1회 충격 강판으로 '불펜 데이'가 된 2차전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다른 투수들은 1이닝 정도로 투구를 마쳤지만, 가장 구위가 좋아 염 감독은 유영찬을 길게 끌고갔다.
그리고 중요한 3차전에서도 2이닝을 완벽하게 책임졌다. 2경기 4⅓이닝 안타 1개, 볼넷 1개만을 내주고 삼진은 4개를 잡았다. 2, 3차전이 모두 승부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난전이었던 걸 감안하면, 중간에서 팀이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는 투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는데 그게 유영찬이었다. 다른 불펜 투수들의 구위, 성적이 부족한 가운데 '군계일학'이다.
홈런 치고, 안타 친 선수들도 눈에 들어오겠지만 아마 팀을 운영하는 감독 입장에서 가장 고마운 선수는 바로 유영찬이 아닐까. 이기는 경기에서 계속 이런 활약을 보여준다면 기자단 투표를 통해 선정되는 MVP도 꿈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MVP가 되지 않는다 해도 아마 염 감독이 수여하는 1000만원의 주인공은 유영찬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얘기의 전제는 LG가 우승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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