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상을 받는 순간은 허구연 KBO 총재였다. 하지만 조금씩 풀어낸 그의 속내는 총재에 앞서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야구인의 걱정과 진심이 가득 담겨있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16명의 KBO 총재가 있었다.
정치인, 혹은 그에 준하는 당시 대통령 또는 정권 실세의 관계자. 또는 리그에 참여중인 기업인. 허구연 이전 총재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프로야구는 태생부터 정치와 긴밀하게 연결됐다. 구장 신축부터 코로나 사태에 이르기까지, KBO 또는 구단은 항상 주요 정부부처와의 핫라인 또는 KBO를 이끌어나갈 금전적 추진력을 원했다.
허구연 총재는 역대 최초 '프로야구인' 출신 총재라는 차이점을 갖는다. 실업야구 시절 한일은행에서 선수로 활동했고, 청보 핀토스와 롯데 자이언츠를 거치며 감독과 코치 생활도 했다. 원년부터 지금까지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야구 현장을 40여년간 누벼온 '진짜' 야구인이다.
농담삼아 부르는 '허프라'라는 별명처럼, 돔구장 등 인프라 구척을 통해 프로야구 발전을 꾀해온 야구계의 오피니언리더이기도 했다. 역대 가장 바쁘게 현장을 누비는 총재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올해의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허구연 총재는 "깜짝 놀랐다"고 했다. 사실상 총재 개인이 아닌 KBO 단체에게 주어진 상으로 인식하며 "우리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뛰었다. 나 자신도 책임감이 굉장히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원사의 협조와 팬들의 호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헤쳐가야할 숙제들을 일일이 돌아봤다. ABS(자동 볼판정 시스템, 일명 AI 심판)과 피치클락, 구단 적자 해소, 한국 인구 감소 등이다.
그 절절한 속내는 KBO 총재가 되기전과 다름이 없었다. KBO 총재는 그가 꿈꿔온 소망을 이루는 도구이자 힘일 뿐이다.
ABS는 아직 메이저리그도 정식 도입을 주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1군리그에 도입한다. 허구연 총재는 "지금 선수, 구단, 심판, 팬 모두의 불만이 많이 쌓여있다.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심판들이 나올 만큼 중압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이어 "초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100% 만족하진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궁극적인)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모두 이해하고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자신이 꿈꾸는 세상에 대해 "구단의 적자가 없는 프로야구, 걸림돌을 제거하고 스포츠산업으로 우뚝 선 모습"을 제시했다. 보다 확장된 논리로 "신생아가 급격히 감소중인데, 20년 30년 뒤에 프로야구가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어떻게 해야 발전해나갈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한때 '허프라'조차도 좌절한 순간이 있었다. 허구연 총재는 "솔직히 대전, 광주, 대구구장 신축은 포기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대구와 광주에 새 야구장이 신축됐다. 그래서 대전의 문을 열심히 두드렸고, 그 결과 2025년 대전 개막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벅찬 감격도 되새겼다.
"프로야구가 열리는 모든 구장이 2만석을 넘기게 된다. 꿈의 관중수라는 1000만 관중에 도전해야할 때가 아닐까. 그 목표에 도전하고, 또 이뤄지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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