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이 내년도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금리·고환율,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등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게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4일 밝힌 '2024년 국내 투자계획' 결과다. 한경협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의 내년도 투자계획을 조사했다. 조사 기간은 지난 11월 16일부터 11월 24이다. 조사 방법으로는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CATI), 이메일, 팩스 등의 방법이 사용됐다. 한경헙은 매년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는 진행하고 있다.
한경협에 따르면 내년도 투자 계획에 대한 설문 응답 기업 131개사 중 55%가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49.7%)', 투자 계획이 없다(5.3%)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투자 계획이 미정인 기업 비중은 38%에서 10% 이상 늘어나는 등 투자 관련 지갑을 닫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들은 내년 투자 활동에 부정적 요인으로 고금리 지속(33.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고환율·고물가 지속(24.2%), 글로벌 경기 둔화(21.6%), 민간부채 위험(9.4%) 순으로 집계됐다.
한경협은 "물가가 최근 안정세주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의 목표물가 수준(2%)을 상회하고 있고,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기업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투자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시설투자 신ㆍ증축 관련 규제(28.8%)인 것으로 조사됐다. ESG 규제와 관련 지원 부족(18.1%), 신산업 진입 규제(14%), R&D·시설투자 지원 부족(13.7%) 등의 문제도 투자를 가로막는 요소였다.
기업들은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주요 정책과제로 자금 사정 개선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보았다. 금리 인하(28.8%)를 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고, 법인세 감세 및 세제 지원 강화(22.6%)가 뒤를 이었다. 투자 관련 기업규제 완화(18.3%), 금융지원 확대(12.7%) 등도 꼽았다.
경기 회복으로 투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시기를 묻는 말에는 기업 3개사 중 1개사(32.8%)가 내년 하반기로 응답했다. 2025년 19.8%(상반기 15.3%+하반기 4.5%), 2024년 상반기 12.2%로 나타났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의 경우 내년 투자 확대를 전망한 기업 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났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45%)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과반(61.0%)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응답했고, 올해보다 투자를 확대(28.8%)할 것이라는 응답이 축소(10.2%) 응답보다 많았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되면서 투자를 미루고 있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지만, 지난해보다 많은 기업이 자사 경쟁력 제고와 미래 시장변화 대비를 위해 투자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게 한경협의 분석이다.
내년에 투자 확대를 계획하는 기업의 이유로는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37.3%)가 가장 많았고 경제전망 양호(25.5%), 업황 개선 기대감(15.7%), 불황기 적극 투자로 경쟁력 확보(7.8%) 등이 뒤를 이었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 불확실성 지속과 실적 부진 등 경영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해에 비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늘어난 것은 한국경제에 고무적 조짐으로 해석된다"며 "투자심리를 확실히 반전시킬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을 지속하고, 기업의 어려운 자금사정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금융·세제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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