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
이날 열린 2023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 유격수 부문 황금장갑은 29년 만의 V3를 일군 LG 트윈스의 오지환에게 돌아갔다. 그의 수상을 바라보며 박수 갈채를 쏟아낸 인파 속엔 KIA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도 끼어 있었다.
박찬호도 이번 골든글러브 수상 후보였다. 130경기 타율 3할1리(452타수 136안타) 3홈런 52타점 3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34. 생애 첫 3할 타율을 기록했고,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도 세운 커리어 하이였다. 수상자 오지환(126경기 타율 2할6푼8리, 113안타 8홈런 62타점, OPS 0.767)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 실력이었다.
투표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시선은 오지환 쪽에 기울어져 있었다. 리드오프를 맡은 박찬호와 중심타선의 한축을 이룬 오지환의 역할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순 없었다. 수비 면에서도 앞서 신설된 KBO 수비상에서 총점 87.5점으로 공동수상을 하는 등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박찬호의 KIA가 5강행에 실패했고, 박찬호 본인도 시즌 막판 왼척골 분쇄골절로 완주하지 못한 반면, 오지환은 29년 만의 V3라는 우승 프리미엄을 안고 있었다. 골든글러브 투표가 한국시리즈 직후 실시되는 만큼, 가을야구 활약 여부가 득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것도 박찬호에겐 불리한 면이 있었다.
앞서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대부분 수상자만 참석했다. 시즌을 마친 뒤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토종 수상자들은 행사장에 참석해 황금장갑을 드는 게 관례. 때문에 유력 수상 후보가 속해 있는 팀은 '정보전'을 통해 미리 수상을 예측하고 해당 선수의 행사장에 참가시키는 게 이 시기의 일이다. 반대로 아깝게 수상을 놓친 선수들에겐 미리 귀띔을 해주기도 한다. 내심 기대했음에도 수상을 놓치는 상황이 선수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기 때문. 이럼에도 박찬호는 딸을 데리고 행사장에 나서 황금장갑을 품에 안은 오지환에게 박수를 보내는 '2인자의 품격'을 선보였다.
실제 결과는 예상보다 치열했다. 전체 투표수 291표 중 오지환이 154표(52.9%)를 얻었고, 박찬호는 120표(41.2%)를 득표했다. 오지환이 상당한 격차를 벌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박찬호의 활약도 그에 못지 않았음이 득표수로 증명됐다.
박찬호의 2023시즌, 부상과의 싸움이었다. 미국 스프링캠프 중반 도진 손목 통증으로 일본 2차 캠프 합류가 불발됐고, 시즌 개막 후에도 통증을 안고 글러브를 끼었다.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9월 중순엔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손가락을 다쳐 3주 진단을 받았으나, 투혼을 앞세워 1주일 만에 다시 라인업에 복귀하는 집념을 보이기도. 가을야구를 목표로 한 팀을 향한 애정과 책임감, 승부욕으로 한 시즌을 보냈다. 비록 황금장갑을 끼진 못했지만, 금빛처럼 빛난 2023시즌이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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