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의 시간이 맥없이 흘러가고 있다. '전통의 명문' 수원이 제대로 자존심을 구겼다. '하나원큐 K리그1 2023' 최하위를 기록하며 K리그2(2부)로 자동 강등됐다. 1995년 창단 뒤 첫 굴욕이다. 수원은 강등 뒤 그라운드 전광판을 통해 '재창단의 각오로 다시 태어나는 수원 삼성이 되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준 대표이사와 오동석 단장은 강등 뒤 사의를 표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수원이 외친 쇄신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강등된 지 열흘이 흘렀지만, 그 어떠한 변화의 움직임도 외부에서 체크되지 않는다. 새 감독 선임은 커녕, '지도부 공백'에 따른 후속 인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원은 염기훈 플레잉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감했다. 염기훈과 구단의 계약은 오는 31일로 끝난다. 새 감독을 선임할지, 혹은 염기훈이 지휘봉을 이어 잡을지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염 감독대행은 강등 뒤 "(수원) 구단과의 일은 지금부터 얘기를 해 나가야 한다. 수원이 됐든 다른 데를 가든 지도자의 삶을 살겠다"고 했다. FC서울(7위), 제주 유나이티드(9위) 등 올 시즌 파이널B에서 허덕이던 팀들이 발 빠르게 사령탑 선임에 나선 것과 비교된다.
팬들은 답답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구단 SNS 채널엔 하루가 멀다고 관련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강등 직후 감독 선임안 등을 그룹에 보고했다. 결정이 나지 않았다. (답을) 기다리고 있다. 정해진 것이 없어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수원의 의사 결정 체계는 다소 복잡하다. 운영은 제일기획이 맡고 있지만 삼성전자(후원)와 삼성물산(컨트롤 타워)의 참여 지분도 있기 때문이다.
K리그 관계자는 "강등된 팀인데 타 구단보다 움직임이 느리다. 수원이 살기 위해선 바꿔야 한다. 방향성을 잡아야 하는데 그것도 되지 않은 것 같다. 선수단 구성만 봐서는 다음 시즌 K리그2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하지만 K리그2 무대는 결코 쉽지 않다. 또 현재로선 선수단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올 시즌 수원이 K리그1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키기에 힘을 쏟았다면, 내년에는 승격을 위해 상대를 압도해야 한다"고 했다. 수원 삼성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 스포츠 시스템은 과거 이건희 회장 시절과는 다르다. 최고위층에서 분명한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 예전 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아직 삼성의 스포츠는 최순실 파문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산하 스포츠단을 매각 등의 형식으로 정리하고 싶어했다. 그러다 국내 비판 여론에 가로막혔고, 이후 현상 유지로 이어오고 있다. 과거처럼 '제일주의'에 따라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지는 않지만 돈을 안 쓰는 것도 아니다.
수원의 선수단 인건비는 2022년 88억7583만9000원이었다. 그해 K리그2 11개 구단의 연봉 총액은 496억4184만원이었다. K리그2 기준으로 봤을 때 수원의 씀씀이가 이번 강등으로 확 줄이지 않는다면 적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K리그2 무대는 늘 변수가 존재한다. 올해는 '군팀' 김천 상무가 K리그2 판도를 흔들었다. 지난해엔 광주FC가 돌풍을 일으키며 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 광주의 선수단 인건비는 50억1879만9000원으로 11개 구단 중 6위에 불과했다. 잦은 변수 탓에 승격 경쟁 자체가 무척 치열하다. 전남 드래곤즈, 경남FC 등은 K리그2 무대로 추락한 뒤 아직 승격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하나시티즌도 2015년 이후 8년만에 K리그1 무대로 돌아왔다.
수원 선수단은 내년 1월 2일 클럽하우스에서 동계 훈련을 시작하며 태국 방콕, 제주에서 전지 훈련한다. 구단은 새 시즌 훈련 전까지 감독 선임 등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팬들은 이런 계획마저 물음표를 달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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