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임찬규와 함덕주는 왜 인센티브가 절반인가. 그리고 이것이 다른 선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 기쁨도 잠시였다. 비시즌 전력을 지키기 위해 바쁜 연말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해가 가기 전 힘겨웠던 FA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내부 FA 임찬규와 함덕주를 잔류시키며 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했다.
두 사람의 계약이 눈에 띄는 건 엄청난 비중의 인센티브, 옵션 때문이다. 선발 투수 임찬규의 경우 4년 총액 50억원의 조건인데, 이 중 보장액은 26억원이다. 24억원이 옵션이다. 다시 말해 24억원은 받을 수도 있고, 허공으로 사라질 수도 있는 돈이다.
불펜 요원 함덕주 역시 4년 38억원에 사인을 했는데, 이 중 옵션이 18억원이나 된다.
왜 이런 계약이 나왔을까. 선수들의 경우, FA 신분이 돼 몸값이 오르려면 여러팀의 경쟁이 붙어야 한다. 그럼 총액이 뛴다. 그러다 마음 급한 구단이 보장액을 늘린다. 올해 최대어로 꼽힌 양석환은 원소속팀 두산 베어스와 계약했는데, 4+2년 총액 78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첫 4년 계약이 중요하다. 4년 65억원 조건이고 이 중 계약금 20억원, 연봉 39억원은 보장액이며 인센티브는 달랑 6억원이다. 이런 인센티브를 두는 건, 선수가 최소한의 긴장감을 갖고 뛰기를 바라는 마음에 포함을 시키는 것이다. 이 정도 금액의 옵션은, 달성도 어렵지 않은 조건을 붙인다.
임찬규와 함덕주도 보장액을 늘리고 싶은 마음은 당연지사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임찬규는 올해 14승을 거뒀지만, 또 이런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확실한 믿음을 주는 구위를 갖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다. LG의 강타선과 좋은 수비 덕을 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임찬규가 한화 이글스에 가면 14승을 할 거라 볼 수 있을까. 그랬다면 지금의 선발 기근 시대에 분명히 영입 경쟁팀이 나타났을 것이다.
함덕주의 경우 FA B등급으로 보상선수가 생기는 한계에, 중요한 건 건강 이슈가 다른 팀들의 관심을 접게 했다. 2021년 팔꿈치 수술 후 재활에 전념했고, 올해도 시즌 중반 팔꿈치 문제로 휴업하다 한국시리즈에 돌아와 맹활약했다. FA B등급보다, 팔꿈치 시한폭탄 문제가 더 컸다.
냉정히 다른 곳은 갈 가능성이 적은 가운데, 유일한 협상 창구였던 LG가 두 사람에게 나름 좋은 대우를 해줬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다른 구단에 갈 가능성이 떨어진다면, 몸값을 더 낮춰 계약할 수도 있었겠지만 LG는 두 사람에게 사실상의 '우승 프리미엄'을 붙여줬다.
그 대신 안전 장치를 확실히 마련했다는 게 중요하다. 당신들에게는 시장에서의 이런 의문 부호가 붙어있으니, 돈을 원한다면 실력과 건강함을 보여주고 가져가라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총액이 자존심인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며, 구단은 선수들이 옵션을 달성하면 팀 성적이 올라갈 확률이 높아 좋고 실패해도 금전적 손해를 덜 수 있어 '윈-윈'이 될 수 있다.
현재든, 미래든 자신이 시장 이슈를 끌어갈 최대어급 선수가 아니라면 두 사람의 계약을 참고할 필요가 충분히 있다. 맹목적으로 많은 돈, 보장액을 요구할 게 아니라 실력을 보여주고 가져가겠다고 한다면 어떤 구단이라도 이를 매몰차게 대하지 않을 것이다. FA 시장이 건강해질 수 있는 길이다.
최근 KIA 타이거즈와 베테랑 내야수 김선빈의 협상이 매우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김선빈은 비슷한 성적과 역할의 안치홍이 한화와 계약하며 6년 총액 72억원을 받은 게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기준점으로 삼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KIA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실제 안치홍은 여러 구단의 경쟁이 붙었지만, 김선빈은 그렇지 못하다. 김선빈도 총액을 늘리고 싶다면 과감하게 옵션 비율을 높이는 전략을 써보는 게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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