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사람인지라 이렇게 끝나니 더 아쉽네요."
2023시즌을 마친 뒤 KIA 타이거즈 양현종(36)은 이렇게 말했다.
연속 10승 행진이 9시즌 만에 멈춰섰다. 2014년 16승을 시작으로 2022년 12승까지 8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해 성적은 9승11패, 딱 1승이 모자랐다. 자신이 우상으로 여겨온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현역 시절 쓴 10년 연속 10승 기록을 넘어서고자 했으나, 더 이상 이룰 수 없게 됐다. 양현종은 "만약 8승에서 (시즌을) 끝냈다면 후련하게 '내년에 잘 준비해야지'라고 생각했을텐데, 사람인지라 9승에서 끝나니 더 아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님의 기록을 하나씩 깨는 게 내 야구 인생의 목표였다. 내가 달성해야 감독님께 인정 받는 선수가 될 거라 생각했다"며 "감독님 기록 중 하나를 달성하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감독님을 넘어서기엔 부족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덧붙인 바 있다.
여전히 양현종은 기록의 사나이다.
양현종은 지난해 의미 있는 기록을 쏟아냈다. KBO리그 통산 최연소 160승, 최다 선발 등판 및 최다 선발승, 개인 통산 다승 단독 2위, 10시즌 연속 100이닝 달성 및 역대 2번째 1900탈삼진, 역대 3번째 9시즌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 역대 3번째 2300이닝, 9시즌 연속 170이닝 등 일일이 세기도 버거울 정도.
올해도 기록 행진은 이어진다. 통산 최다 선발 등판(383경기) 및 최다 선발승(166승) 기록은 양현종이 올 시즌 선발 등판 및 승리를 챙길 때마다 새롭게 쓰인다. 탈삼진 101개를 추가하면 송진우가 갖고 있는 KBO리그 개인통산 최다 탈삼진 기록(2048개)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하지만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토종 에이스인 그가 쌓을 승수다. 선발진의 핵심으로 기대하는 이닝과 승수를 채워야 팀 성적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KIA에서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투수는 이의리(22·11승) 단 한 명 뿐이었다. 외국인 투수는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두 명 모두 교체됐고, 양현종이 9승에서 멈춰섰다. 신인이었던 윤영철(20)이 8승을 올린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지만, '팀 승리 보증수표'로 여겨지는 10승 투수 부족은 KIA가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였다.
여전히 양현종은 두 자릿수 승수를 채울 수 있는 투수로 여겨진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구위-구속이 저하됐다는 평도 있지만, 제구와 노련한 수싸움으로 부담을 극복했다. 9시즌 연속 170이닝을 돌파하는 등 이닝 소화력도 충분한 투수다. 다만 지난해 리그 평균(3.23점)에 못 미치는 2.79점의 득점 지원, 후반기에 드러났던 기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10승 복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좋은 기록을 써도 팀 성적이 부진하다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 양현종은 "아프지 않고 내년에도 170이닝을 던져야 하는 게 내 할 일이자 목표,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우리 팀은 충분히 (가을야구에) 올라갈 실력이 된다"고 올 시즌 반등을 다짐했다. 그의 부활은 곧 KIA의 도약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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