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는 '발야구'가 지배했다.
양대리그 통틀어 30개 팀 중 21팀이 10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2022시즌 100도루 이상을 달성한 팀이 8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2022년 최다 도루팀이었던 텍사스 레인저스가 기록한 도루 숫자는 128개였으나, 지난해 1위 신시내티 레즈의 팀 도루 숫자는 무려 190개에 달한다.
피치클락이 만든 진풍경이다. 투수와 타자가 정해진 시간 내에 투구와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하는 피치클락은 유주자 시 견제 횟수에도 제한을 두고 있다. 타석 당 2번의 견제가 가능하나, 세 번째 견제에서 주자를 아웃시키지 못하면 보크가 선언된다. 발 빠른 주자가 누상에 나갈 때 예전처럼 발을 묶어놓기 위해 마음껏 견제를 할 수 없는 상황. 이런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각 팀이 '발야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도루 숫자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도루는 효용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져 온 주제다. 기동력을 바탕으로 진루 기회를 만들고 득점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타고투저 시대에 접어들면서 굳이 주루사와 부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루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피치클락 시행을 계기로 도루의 가치는 큰 폭으로 상승한 모양새다.
지난해 KBO리그 10개 구단 중 100도루 이상을 기록한 팀은 LG 트윈스(166개)와 두산 베어스(133개), KIA 타이거즈(122개), NC 다이노스(111개), 삼성 라이온즈(103개), 롯데 자이언츠(101개)다. SSG 랜더스(96개)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으나, KT 위즈(87개), 한화 이글스(67개)는 격차를 보였고, 키움 히어로즈는 54개에 그쳤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보다는 도루에 익숙한 문화다. 기동력 좋은 주자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득점력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2024시즌부터 시행될 피치클락 규정은 도루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계기가 될 전망.
때문에 올 시즌 200도루 이상을 기록하는 팀이 다시 출현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1982년 KBO리그 출범 이래 200도루 이상을 기록한 팀은 딱 두 팀이었다. 1995년 롯데가 220개로 단일 시즌 팀 최다 도루 기록을 갖고 있다. 2015년 NC가 204개의 팀 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리그 평균(104개)을 크게 앞선 LG가 유력 후보팀으로 꼽힌다. 신민재(37개) 박해민(26개) 문성주(24개) 홍창기(23개) 등 도루 부문 톱10에 무려 4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적극적 주루플레이를 주문해 온 염경엽 감독의 운영 스타일이 피치클락 시대에 탄력을 받을 것이란 예상도 뒤따른다. 2023시즌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를 동시 제패하면서 29년 만의 V3를 일궜던 LG가 2연패 후보로 거론되는 건 이런 맥락이 있다.
다만 발야구와 성적은 별개란 시선도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를 돌아보면 결국 타격이 강력한 팀이 좀 더 나은 성적을 내는 경향이 있었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에서 100승을 돌파했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정규시즌 경기당 평균 팀 도루 숫자가 1개에 못 미치는 수치(162경기 132개)였고, 볼티모어 오리올스(114개)도 마찬가지였다. LA 다저스는 팀 최소 2위인 72개의 도루에 그쳤으나, 지구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시즌 초반엔 기동력 좋은 주자를 활용해 재미를 볼 수 있으나, 체력 부담이 생기는 중반 이후부터는 결국 타선의 결정력이 뒷받침돼야 성적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 바 있다.
피할 수 없는 발야구의 시대, 올 시즌 KBO리그에서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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