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B등급의 설움.
야구에서 포수는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다. 그만큼 선수가 귀하다. 최근에는 좋은 포수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그래서 포수는 웬만하면 좋은 대우를 받고, 건강에만 크게 문제가 없다면 야구를 오래 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번 겨울이 유독 쓸쓸한 포수가 한 명 있다. 바로 이지영이다.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획득했다. FA는 선수에게 '대박의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지영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야심차게 FA 신청을 했지만, 협상 소식조차 듣기 힘들다. 원소속 구단 키움 히어로즈는 이지영에 큰 관심이 없다. 이미 지난 시즌 그 기류가 감지됐다. 신인 포수 김동헌을 팀의 미래로 점찍고 키우기 시작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만들며 작전은 성공했다. 그러는 사이 이지영은 기회를 잃었다. 2019 시즌 키움 합류 후 가장 적은 81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이제 키움의 새 안방마님은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김동헌이다. 그래서 키움은 FA 이지영에게 목을 맬 필요가 없다. 하지만 올해로 38세가 된 이지영 입장에서는 마지막일 수 있는 FA 기회를 그냥 흘려보낼 수 없었다. 과감하게 도전했다.
하지만 이지영을 찾는 팀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지영을 원하는 팀들은 있다. 하지만 그와의 계약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이지영은 B등급이다. B등급 FA를 데려가는 팀은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인과 전년도 연봉 100% 또는 연봉 200%를 원소속구단에 줘야한다. 이지영의 지난 시즌 연봉은 무려 5억원이었다. 38세 선수를, 그것도 어느정도 액수를 주고 데려가야 하는데 보상선수를 내주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다. 보상금도 액수가 너무 커진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리그에서 포수는 귀하고, 이지영을 영입을 타진해본 팀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보상을 생각하면 바로 생각을 접게 된다.
이지영은 커리어 내내 건실한 수비 능력으로 인정을 받은 포수다. 초구를 워낙 좋아해서 그렇제 타격도 쏠쏠하게 했다. 2~3년은 충분히 뛸 수 있는 상황이다. 포수가 약한 팀에서는 주전도 될 수 있고, 주전은 아니더라도 백업 옵션으로 훌륭한 자원이다. 하지만 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지영은 2018년 겨울 KBO 최초의 3각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를 떠나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키움에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한 시즌을 뛴 후 키움과 3년 총액 18억원의 조건에 FA 계약까지 체결했다. 키움은 이지영을 당시 스토브리그 1호 FA 계약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등 극진히 대접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무섭다. 필요성이 줄어들면, 가차 없이 냉정해진다. 이지영 입장에서는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대할 수 있지'라며 서운할 수 있다. 이지영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면 키움이 제시하는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분위기다. 조건을 제시할지도 사실 불투명하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키움이 이지영을 필요로 하는 구단과의 사인앤드트레이드를 추진하는 것인데, 키움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의문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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