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K리그에서 프리시즌 해외 전지훈련은 상식이다. 구단 여건이 허락한다면 다 나간다. 한국의 1월은 춥다. 훈련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따뜻한 곳이 좋다.
그런데 제주 김학범 감독(64)이 상식을 파괴했다. 김 감독은 이미 예약이 다 끝난 태국 치앙마이 훈련 일정을 취소시켰다.
이번 겨울 K리그1 12개 클럽 중 10개 팀이 해외로 나갔다. 제주와 김천 상무만 국내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김천은 군팀이다. 해외 전지훈련은 무리다. K리그2에서도 11팀이나 태국행 티켓을 끊었다. 사실상 '안' 나간 팀은 제주 뿐이다.
김 감독은 10일 제주 서귀포 제주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그 배경을 밝혔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신체와 정신 상태를 세심하게 헤아렸다. 그는 "선수들 몸이 안 돼있는 상태다. 우리가 아직 서로를 잘 모른다. 이런 경우 여기(제주)에서 차분하게 준비하는 편이 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알아가는 단계에서 무리하면 부상이 나올 수도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그의 설명은 특별했다.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본능적인 통찰력이었다.
선수들은 2023시즌이 끝나고 푹 쉬었다. 이제 다시 감량을 시작한다. 무뎌진 감각을 깨우면서 체력을 끌어올리는 시기다. 김 감독은 지난달에 부임했다. 새로 온 사령탑 눈에 들기 위해 초반부터 운동량을 과도하게 늘리는 선수들이 반드시 나타난다.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단순히 훈련 여건에 집착하지 않았다. 김 감독의 치밀하고 신중한 발걸음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제주 고위 관계자는 처음 겪는 상황에 놀랐다. 그는 "보통은 감독이 더 좋은 것을 해달라고 하면 구단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못 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는 완전 반대다. 감독님이 구단 살림을 배려해주셨다"며 웃었다. 이 관계자는 국내 훈련이 부상 방지 말고 다른 긍정적인 효과도 낳았다고 감탄했다.
그는 "선수들이 오전 오후에는 나와서 다 함께 운동을 하지만 밤에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간다. 전지훈련이라면 밤에도 단체 생활이다. 이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누리는 감정적인 안정감이 반드시 있다고 본다. 감독님께서 전 세계 여러 클럽들을 두루 살피면서 무언가 느끼신 것 같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 감독은 실제로 훈련을 지휘한 뒤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확신했다. 김 감독은 "모 선수가 몸무게 95㎏까지 불었다. 89㎏로 뺄 때까지 식단 조절하라고 했다. 그 몸으로 오버하면 무조건 다친다. 안 가길 잘했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 감독은 앞으로도 서두르거나 혼자 급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코칭스태프, 선수단, 임직원이 삼위일체가 돼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이제는 강압적인 방식은 절대 먹히지 않는다. 서로 같이 해야한다. 왜 해야 하는지, 선수들이 이유를 알고 해야 더 좋은 효과가 나온다. 선수들을 처음 대면했을 때 '도와달라'고 했다. 내가 끌고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원팀으로 거듭나길 소망했다. 단, 연습경기가 필요한 2차 훈련은 해외로 나갈 확률이 매우 높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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