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두 명의 축구 선수 '김태환'이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날 이적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 일원으로 현재 카타르아시안컵에 참가중인 '큰' 김태환(35)은 디펜딩 챔프 울산 현대를 떠나 현대가 라이벌 전북 현대로 이적했고, '작은' 김태환(24)은 강등된 수원을 떠나 제주에 새 둥지를 틀었다. 두 선수 모두 지난 해를 끝으로 기존 구단과 계약이 만료돼 FA 신분으로 이적료 없이 새로운 팀을 찾아 떠났다. 같은 리그에 몇 안 되는 동명이인이 한날 이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같은 영문명(Kim tae hwan)을 쓰는 두 명의 김태환은 공교롭게 포지션도 같다. '큰태환'(큰 김태환)은 오른쪽 윙어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포지션을 바꾼 뒤 국가대표로 발탁되기 시작했다. '작태환'(작은 김태환)은 오른쪽 풀백이 주 포지션이지만, 왼쪽 풀백과 양 측면 미드필더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팬들은 두 선수를 구분하기 위해 '큰태환과 작태환', 혹은 클럽명을 따와 '전태환(전북 김태환)과 제태환(제주 김태환)'으로 부르고 있다. 그전까지는 '울태환'(울산 김태환)과 '수태환'(수원 김태환)으로 불리었다.
전북 김태환은 2010년 서울에서 프로 데뷔해 성남을 거쳐 2015년부터 울산에서 뛰었다. K리그에서 398경기를 뛰어 55도움(21골)으로 역대 도움 부문 11위를 기록 중이다. 서울과 울산에서 각각 K리그 2회 우승을 차지했고, 성남에서 FA컵, 울산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각각 경험했다. 전북은 "'치타'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빠른 발과 저돌적인 드리블이 최고의 강점으로 손꼽히는 선수"라며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국가대표급 기량을 가진 선수로 빠른 스피드를 살린 오버래핑과 낮고 빠른 크로스는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챔피언 탈환을 목표로 삼은 전북은 최강의 수비라인을 조직하기 위해 김태환을 낙점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김태환은 "전북은 나의 가치를 인정했고, 나는 전북을 선택했다.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합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시안컵을 끝마치는대로 전북에 합류한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4위에 머문 전북은 홍정호(35)와 재계약하고,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왼발잡이 센터백 이재익(25)을 FA로 영입하며 수비진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제주 김태환은 수원 유스팀인 매탄중, 매탄고 출신으로 2019년 수원 프로팀에 입단해 2020시즌부터 존재감을 키우기 시작했다. 지난 해까지 4년간 수원의 주력 측면 자원으로 K리그 109경기에 출전해 2골-8도움을 기록했다. 제주는 "김학범 감독은 2024시즌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축구를 선보이겠단 뜻을 밝혔다. 강력한 체력과 폭넓은 활동폭을 자랑하는 김태환은 김학범 감독의 구상에 걸맞은 적임자"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23세이하 대표팀 사령탑 시절 김태환의 멀티 플레이어 자질을 주목해 여러 차례 발탁한 인연이 있다. 김태환은 "수원을 떠나 제주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는 K3리그를 평정한 공격수 제갈재민(24), 청소년 대표 출신 골키퍼 안찬기(26)를 영입하는 등 전력 강화와 동시에 세대교체도 꾀하고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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