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바레인전 히어로는 단연 '골든보이'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이었다.
이강인은 15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한마디로 '원맨쇼'를 펼쳤다. 후반 6분 알 하샤시에게 동점골(1-1)을 허용하며 불안한 공기가 흐르던 중, 이강인의 왼발 끝이 번뜩였다. 후반 11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환상적인 왼발 슈팅으로 바레인 골망을 흔들었다. 클린스만 감독도 격하게 세리머니를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득점이었다. 한골차 불안한 리드, 아직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순간 또 이강인이 해결했다. 23분 역습 상황에서 황인범(즈베즈다)의 패스를 받아 수비 한명을 제친 후 왼발로 정교하게 마무리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은 이강인의 멀티골로 3대1 승리,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산뜻한 첫 발을 뗐다. 1988년 카타르대회 이후 무려 35년 만에 첫 경기서 두 골차 이상 승리를 따냈다.
이강인은 이제 의심할 여지 없는 한국 축구의 에이스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대표팀 내 비중이 몰라보게 올라간 그는 최근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강인은 A매치 데뷔골을 쏘아올린 10월 13일 튀니지와의 평가전부터 이번 바레인전까지 6경기에서 6골-3도움을 기록 중이다. 존재감만 놓고 보면 '캡틴' 손흥민(32·토트넘) 이상이다. 오른쪽에 위치해 현란한 탈압박을 앞세워 중앙으로 이동하며, 넘겨주는 날카로운 패스와 슈팅은 대한민국의 핵심 공격 루트다. 바레인전에서 이강인은 76번의 볼터치를 하며, 2번의 유효슈팅, 3개의 키패스, 3개의 빅찬스, 3개의 크로스, 8번의 드리블을 성공했다. 이날 한국이 세골과 유효슈팅 다섯개를 기록한 걸 감안하면 사실상 혼자 바레인을 무너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강인의 활약이 커질수록 그에 대한 의존증이 너무 높아진다는 점이다. 클린스만호는 초반 과도기를 딛고 선수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살려준 축구로 재미를 보고 있다.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턴) 등 빅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풀어줬다. 최대 수혜자는 단연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전술적 제약 없이 자유로운 플레이로 자신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모습은 이강인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넘어, 그의 개인기에 기대는 모습이었다. 사실상 '해줘 축구'에 가까웠다. 이번 대회 직전 마지막으로 가졌던 이라크와의 친선경기에서도 이강인이 빠진 전반전은 답답한 공격이 반복됐다. 바레인전에서도 초반 이강인이 볼을 잡지 못하자, 경기가 전혀 풀리지 않아 답답했다. 이강인의 볼터치가 늘어나자 한국의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 38분 황인범의 선제골도 이강인의 패스 두방이 경기 흐름을 바꾼 결과였다. 후반 이강인의 해결사 본능이 터지지 않았더라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같은 역대급 멤버를 가지고도, 이강인만 보인다는 것은 클린스만호가 보완해야 할 숙제"라고 지적한다.
탁월한 개인 기술을 가진 이강인은 클린스만호 최고의 무기임에 틀림없다. 그는 밀집수비에 고전하던 한국축구의 지형을 바꿔줄 수 있는 선수다. 그렇지만 '활용'이 아니라 '의존'이 되면 안된다. 이강인 혼자만으론 아시아 정상에 설 수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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