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범죄도시'의 마석도가 자칭 사랑꾼, 아니 사냥꾼 '황야'(허명행 감독,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빅펀치픽쳐스 제작)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디서 봐도 너무 본 기시감이다. 여전히 주먹을 주 무기로 삼은 마석도가 총과 마체테를 휘두르는데 그래도 마석도는 마석도다. 여기에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빠 숟가락 세 스푼에 '아저씨' 한 스푼을 더했다. 이도 모자라 '택배기사' 한 꼬집 정도 가미하니 결국엔 혼종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이도 저도 아닌 맛이 됐다.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넷플릭스 영화다. '범죄도시'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끈 마동석의 첫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이자 충무로 대표 무술감독이었던 허명행의 첫 연출 도전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일단 '황야'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세상 속 가까스로 살아남은 남산(마동석)과 지완(이준영)은 악어를 비롯한 짐승을 사냥하며 버스동 마을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살아가고 있다. 남산에겐 특별한 이웃이 있는데, 먼저 세상을 떠난 딸과 비슷한 또래의 수나(노정의)가 바로 그 대상. 이러한 수나에게 어느날 봉사단이라 자칭하는 인물들이 나타나고 수나는 버스동 마을보다 더 나은 삶을 보장한다는 폐허 속 유일하게 건재한 아파트로 떠난다. 하지만 유토피아와 같은 아파트가 알고 보니 신인류를 만들기 위한 양기수(이희준) 박사의 거대 실험실이었다는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남산과 지완이 수나를 구출하기 위해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이미 '범죄도시' 시리즈와 마블의 '더 이터널스'를 통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액션 괴물'로 정평이난 마동석. 그의 첫 정통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대한 기대가 컸을까. 늘 봐왔던 액션을 또다시 반복, 재탕에 삼탕까지 우려낸 기시감을 벗어날 수 없다.
마동석의 기존 액션과 차별화를 두려 했다는 '황야'는 장총, 마체테까지 화려한 무기를 꺼냈지만 실상 영화 속 존재감은 미비하다. 그저 마동석에겐 귀여운 액세서리 불과한 모양새. 다이내믹한 무빙과 화려한 스킬의 액션도 없다. 마치 자석에 쇳가루가 붙듯 제 자리에 선 마동석의 주먹에 저절로 붙어주는 빌런에게 둔탁한 주먹 한 방을 날리는 것뿐이다. 이미 '범죄도시'를 통해 익숙할 만큼 익숙해진 액션의 반복이다. 신선하다고 보기 힘들다. 코미디도 마찬가지다. '범죄도시' 당시 "혼자 왔니?" "어, 싱글이야" 식의 코미디가 반복되는데 허를 찌르지 않는다. 이도 저도 아닌 노선으로 보는 이들의 고개만 갸우뚱하게 만든다.
물론 모래 속 진주 같은 발견도 있다. 마동석의 곁에서 조력자로 등장하는 지완 역의 이준영은 그간 보여준 빌런 이미지를 탈피하고 선역으로서 새로운 매력을 전한다. 또 미치광이 박사 양기수가 된 이희준은 그 만의 독특한 광기 연기로 보는 이들의 섬뜩함을 자아내며, 특수부대 소속 중사 은호 역을 맡은 안지혜는 마동석보다 더 파워풀하고 시원한 액션 연기로 새로운 액션여제 탄생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황야'는 끝내 마동석의 자기복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범죄도시'의 마석도가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계관을 욕심냈다가 갈 길을 잃은 처지가 됐다. 마동석 하나 믿고 '황야'에 너무 쉽게 직진한 허명행 감독은 이미 굳혀진 마동석 액션을 자랑하기보다 빈약한 서사를 완성하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 소녀를 구하러 가는 2010년식 '아저씨' 설정은 이제 손발이 오글거릴 뿐, 2024년에 통하지 않는다. '황야'로 아쉬운 연출력을 드러낸 허명행 감독의 차기작 '범죄도시4'가 시리즈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
한편, '황야'는 26일 오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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