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이제 매 경기가 마지막과의 사투다. 아시안컵의 산역사인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의 이야기다. '해피엔딩'까지는 4경기가 더 남았다. 그러나 발을 헛디딛는 순간, 시계는 멈춘다.
조별리그는 이미 흘러가버린 과거다. 손흥민의 최후 도전이 시작된다. 대한민국은 31일 오전 1시(한국시각)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아시안컵 16강전을 치른다. 길은 명확하다. 사우디를 넘으면 8강, 패하면 짐을 싸야 한다. 손흥민의 아시안컵 운명도 춤을 춘다.
현재의 몸상태라면 충분히 3년 후인 2027년 사우디아시안컵을 기약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도 미래를 알 수 없다. 손흥민은 이미 카타르아시안컵을 앞두고 "어떻게 보면 나의 마지막 아시안컵이다. 더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등극은 한국 축구의 꿈이자 그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손흥민이 A대표팀 일원으로 처음으로 참가한 국제대회가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이다. 18세의 어린 나이였다. 이번이 4번째 무대다. 아시안컵 최연소 골기록(18세 194일)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김용대(은퇴)와 함께 역대 최다인 4회 연속 출전했다. 또 사우디와의 16강전에 출전하면 이영표(은퇴)의 16경기 최다 경기 출전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16강을 넘으면 그 기록을 완전히 갈아치우게 된다. 손흥민은 현재 아시안컵 15경기에 출전했다.
조별리그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필드골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손흥민은 요르단(2대2 무), 말레이시아(3대3 무)와의 2, 3차전에서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터트리며 제몫을 했다. 볼을 잡으면 2~3명이 에워싸는 집중 견제도 어느 정도 이력이 났다. 그러나 결과는 그 또한 어쩔 수 없었다. 1승2무, E조 2위는 그가 상상한 그림이 아니었다.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그래도 16강 진출로 계속해서 꿈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희망이다. 말레이시아전 후 "선수들을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작심발언한 것도 내일을 위한 밑그림이다. 사우디는 불과 4개월여전 영국의 뉴캐슬에서 만났던 상대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9월 13일 사우디와의 유럽 원정 친선경기에서 조규성(26·미트윌란)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 승리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사령탑으로 아시안컵 우승이 첫 목표다. 사우디 사령탑에 갓 오른 이탈리아의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도 이번 대회가 첫 시험대다. 국제축구연맹 랭킹은 대한민국이 23위, 사우디는 56위다. 그러나 사우디와의 상대전적에선 5승8무5패로 백중세다. 아시안컵에선 3무1패로 단 1승도 없다. 공식적으로 무승부로 기록됐지만 1988년 카타르아시안컵 결승에서 맞붙어 120분 연장 혈투 끝에 득점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3대4로 무릎을 꿇었다. 사우디는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손흥민은 "대회에서 우승하고자 한다면 누구를 만나든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팀과도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아시안컵 시간이 과연 어디까지 허락될까. '단두대 매치', 진검승부가 시작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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