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프로 축구선수가 되고 첫번째로 맞이한 용의 해(2012년 임진년)에는 신인의 패기를 보여줘 빅클럽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면, 두번째로 맞이한 용의 해(2024년 갑진년)에는 어쩌면 마지막 클럽이 될지 모르는 부산 아이파크에 승격을 안기고 싶다. 1988년생 용띠 이승기(36·부산)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지난달 말 태국 후아힌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이승기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전훈을 견디고 있었다. "광주 1년차(2011년) 때 이후로 이렇게 힘든 훈련은 처음이다. 박진섭 감독이 '한 발 더 뛰는 축구'를 원하는데, 그게 베테랑인 나에겐 가장 무서운 말이다. 뛰는 게 점점 힘든데"라며 너스레부터 떨었다. "몸은 안 따라줘도 의지를 보여줘야 후배들이 따라오기 때문에, 하는데까지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실제 훈련장에서 본 이승기는 2~3선을 쉴새없이 오가며 공을 주고받고 세트피스 상황에선 담당 키커로 날카로운 킥을 뿌렸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지만 축구선수 나이 서른여섯이면 베테랑 중의 베테랑에 속한다. 이승기는 현 부산 스쿼드에서 최고참이다. 신인 이동훈(19)과 17살차다. '형, 동생'보다는 '삼촌, 조카'에 가깝다. 이승기는 "(이)동국이형과 8살 차이였는데도 굉장히 어려웠다. 지금 젊은 선수들은 그렇게까지 (선배를)어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이젠 어린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럴 때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준다"고 했다. 전북 시절, 조용히 자기 할 일을 잘하는 캐릭터였던 이승기는 지난해 부산에 와서 많이 달라졌다. "또래 중 팀을 못 찾은 선수들도 있는데, 이 나이까지 축구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아픔도 있었다. 전북 이적 후 10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최소 하나씩 들어올렸다는 이승기는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마지막 두 번의 고비를 넘지 못하며 좌절을 맛봤다. 이승기는 수원FC와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교체 투입해 결정적인 PK 파울을 얻어내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그는 "연속 우승에 대한 의미를 생각했었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아 아쉬웠다. 1차전에서 좋은 모습 보였지만, 2차전에서 상대가 극단적으로 공격을 하다보니, 정말 쉽지 않더라. '플레이오프, 단판승부'는 정말 다르다는 걸 많이 느꼈다. 경기가 끝나고 너무 아쉬운 마음에 선수들끼리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승기의 커리어 마지막 목표는 부산의 승격이다. 이승기는 "부산은 나를 불러준 감사한 팀"이라며 "상무 시절 K리그2 우승 경험이 있지만, 내가 부산 소속인만큼 마지막에 멋있게 (K리그2에서)우승을 하는 것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다"고 했다. 1988년생 용띠인 이승기는 "동갑인 아내와 올해는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엔 아쉬움이 있었지만, 올해는 정말 좋은 일이 벌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K리그에서만 313경기(K리그2 포함)를 뛰어 50-50(골-도움)을 달성한 '레전드'는 몸은 힘들지만 기쁜 마음으로 14번째 시즌을 고대하고 있다. '축구선수 이승기'는 올해 제3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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