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 3일(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당시 1군 타격 코치 신분으로 1차 스프링캠프를 지휘 중이었던 이범호 코치는 스포츠조선과 단독 인터뷰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광주에서 1군-퓨처스(2군) 코칭스태프 및 최준영 대표이사, 심재학 단장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전략세미나와 자신의 발표 내용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이 코치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팀 성과 뿐만 아니라 올 시즌 나아가야할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보완점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막힘이 없는 답변으로 자신의 뒤에 따르는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가 그냥 붙은 게 아님을 증명했다.
당시 이 코치는 "지난해 단장님이 새롭게 바뀐 뒤 시즌을 폭넓게 볼 수 있는 전략세미나를 제안하셨다. 준비 과정에서 그동안 갖고 있던 선수 개개인에 대한 생각을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었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설명은 꽤 구체적이었다.
그는 "주루 파트는 타격과 접점이 많다. 타자들이 어떻게 치고 나가느냐에 따라 주루 플레이를 통해 어떻게 점수를 뽑을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타격 파트에선 어떻게 출루율을 높이는 타격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작년 팀 타격 지표가 좋았지만 7~8월에 좋았을 뿐, 앞뒤로는 기복이 있었다"며 "4~5월엔 타자들이 에버리지를 유지하다 체력이 소진되는 6월에 전반적인 지표가 떨어지고, 리프레시가 이뤄지는 7~8월에 치고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6월 타격 지표가 안좋다 보니 성적 자체도 밑으로 내려갔다. 이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불어 "주로 하위 타선에 득점 찬스가 만들어지고 2사후 출루율이 괜찮았다. 현재 우리팀 구조에서 출루율을 1푼 내지 1푼5리 상승시키고 병살타 비율을 줄일 수 있다면 득점창출력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명은 이어졌다. 이 코치는 "우리 팀엔 뒤로 갈수록 에버리지가 높은 타자들이 많은데 어려운 공을 쳐서 병살타로 이어진다면 이를 활용할 수 없다"며 "대타 자원이 생각보다 좋고 타율도 높다. 찬스 상황에서 어떻게 이를 활용할지도 고민한다면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투수들이 종으로 떨어지는 공을 상당히 많이 던진다. 그런 공을 그라운드볼로 치면 잘 맞아도 정면으로 갈 확률이 높다"며 "강한 타구, 라이너성 타구를 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스윙 결이 좋아야 빗맞은 안타도 나온다. 안 좋은 스윙으로 당겨쳐봤자 좋은 타구가 안 나온다. 스윙 자체를 좋은 스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팀 지난해 출루율이 2위인데, 1위인 LG와 비교해보니 1푼6리 차이가 나더라"며 "우리 팀 타자들은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좋은 공 하나에 승부를 볼 수 있도록 이끌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부 경쟁과 육성에 대한 방향성도 확고했다. 이 코치는 "주전들은 지금처럼 유지하되, 백업은 그런 선배들을 잡기 위해 더 강하게 도전해야 한다"며 "3번 나가서 못 치면 이틀 쉬고 다시 내보내 못 치면 사흘 쉬게 하는 건 기회가 아니다. 그걸론 선수들이 클 수 없다. 변우혁은 작년에 그런 시간이 많았다. 이왕 기회를 줄 거라면 꾸준하게 출전시킨 뒤 나오는 지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변우혁을 비롯해 차세대 타자로 꼽히는 김석환 윤도현을 두고는 "이제는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우리 팀의 취약한 부분을 커버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 선수들이 어떻게 푸쉬해주느냐에 따라 경쟁구도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1루수 전향을 시도 중인 이우성에 대해선 "규정 타석에 대한 욕심이 엄청날 것이고, 본인 스스로도 올 시즌이 기대될 것"이라며 "잘 하면 자기 능력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시즌이다. 그게 팀에 해가 되지 않고 득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타격감은 올 시즌엔 좋아도 내년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한 달만 지나도 한창 좋을 때 감이 기억이 안난다"며 "가장 좋을 때 손 감각, 투수를 보는 느낌, 내 자세 등을 세세하게 적어놓는 게 좋다. 컨디션이 나쁠 때 그걸 보면 슬럼프 기간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나도 현역 때 그런 방법으로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팁을 전수하기도 했다.
이런 소상한 내용은 결과적으로 KIA가 차기 감독을 이범호로 낙점하는 동력이 됐다. KIA 심재학 단장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전략세미나에서의 발표가 구체적이었다. 그 때가 이번 감독 선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코치 신분임에도 세밀하면서도 과감하게 올 시즌 KIA 타격을 분석하고 청사진을 밝혔던 그는 이제 KBO리그 최초의 80년대 정식 사령탑 타이틀을 얻었다.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는 팀을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된 그가 과연 자신의 구상을 펼쳐내 KIA의 V12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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