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를 둔 대한축구협회의 고민 포인트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잘 알려진대로 거액의 '위약금'이고, 둘째는 전임 감독 '사례'다. 4년 전 파울루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8강에 머물며 경질설에 시달렸다. 하지만 협회는 벤투호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고, 벤투 감독은 카타르월드컵에서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이끌며 믿음에 보답했다.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협회 수뇌부는 '벤투 감독보다 한단계 높은 아시안컵 4강으로 이끈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는게 맞느냐.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느냐'며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벤투와 클린스만은 '비교불가' 수준이다. 일단 준비 시간부터 다르다.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부임해, 2019년 1월 아시안컵에 나섰다. 9월에 첫 경기를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4개월만에 메이저 대회에 나선 셈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벤투 감독은 당시 금메달을 획득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멤버들을 대거 불러들이며 대표팀 틀을 바꿨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은 2023년 2월 선임돼, 2024년 1월 아시안컵에 참가했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아시안컵을 준비할 수 있었다. 심지어 10월 A매치부터는 '연속성, 지속성'이라는 이유로 멤버를 고정하기도 했다. 새 얼굴 없이 석 달 넘게 아시안컵에만 집중했다. 클린스만호는 역대 최강의 멤버에도 불구하고 4강 밖에 가지 못했다.
더 큰 차이는 '축구' 그 자체에 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첫 경기부터, 후방 빌드업을 통해 점유율을 중시한, '능동적인 축구'를 강조했다. 뒤에서 짧게 풀어나가며, 체계적인 공격작업을 팀에 이식시키려 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무의미하게 볼을 점유하는 답답한 양상의 경기가 반복됐다. 골결정력 부족에 허덕였고, 밀집수비를 깨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시안컵에서 이 문제가 노출되며, 결승은 커녕, 4강 진출에도 실패했다. 당시 벤투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지만, '벤투호의 색깔이 무엇인지'는 다들 명확히 알고 있었다. 논쟁의 초점은 '벤투식 축구가 우리에게 맞는가', '이 축구로 세계 무대와 경쟁할 수 있는가'에 맞춰졌다.
반면, 클린스만호는 아예 어떤 축구인지, 어떤 색깔인지 모른다는데 문제가 있다. 부임한지 1년이 됐고, 메이저 대회까지 치렀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는 그 어떤 비전도 보여주지 못했다.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보여준 클린스만식 축구는 처참하기 까지 했다. '괴물' 김민재(바이에른 뮌핸)가 빠지기는 했지만, 그 어떤 조직이나 형태도 보여주지 못했다. 조현우의 선방쇼가 없었다면 더 많은 골을 먹을 뻔 했다. 지친 공격수들은 1대1에서 힘을 쓰지 못하자,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선수의 능력에 의존한 '백지 축구'를 지켜본 축구인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무 전술'에 대한 평가에는 이견이 없을 정도다. 굳이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볼 필요도 없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그랬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에는 클린스만 감독이 보여준게 너무 없다. 클린스만식 축구로는 답이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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