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일본 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
올해로 창단 90주년을 맞이한 이 팀은 일본 야구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오랜 전통 속에 스타를 배출해 온 산실이자, NPB 최다 우승팀의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이런 자부심을 지키기 위한 '순혈주의'도 대단한 팀이다. 요미우리 감독은 선수-지도자 모두 '요미우리 원클럽맨'에게만 허락되는 자리로 유명하다. 빡빡한 복장규정 뿐만 아니라 외부인에 배타적인 문화도 상당한 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화 이글스 좌완 불펜 요원 김범수(29)는 비시즌 기간 요미우리 미니캠프가 열린 일본 미야자키에서 몸을 만들고 왔다. 두산 베어스 투수 이영하와 함께 지난달 일본으로 건너가 요미우리 에이스 도고 쇼세이(24)와 함께 2주 간 훈련했다. "에이전시 대표님이 이승엽 감독님의 현역 시절 통역으로 활동했는데, 아베 신노스케 요미우리 감독님과 인연이 있어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밝힌 김범수는 "요미우리 구단 훈련에 원래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하던데, (나와 이영하가 들어와서) 현지에서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2000년생인 도고는 신인 드래프트 6순위로 2019년 요미우리에 입단했다. 입단 첫해 일본시리즈 3차전 선발로 나서 팀 역대 세 번째이자 53년 만의 고졸 신인 일본시리즈 선발 등판 기록을 세우기도. 2022~2023시즌엔 2년 연속 10승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일본 대표팀에 참가해 미국과의 결승전에 구원 등판,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 처리하는 등 2이닝 무실점 투구로 우승에 공헌한 바 있다.
자신보다 5살 어린 도고에게 김범수는 배움을 청했다. 김범수는 "야구를 잘 하고 싶었다. 우타자를 상대하는 데 한계를 느꼈는데, 도고는 일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고 나와 팔 스로잉도 비슷했다. 그동안 포크볼은 오버핸드 스로 선수들에게 잘 맞는 줄 알았는데, 도고는 옆으로 던지면서도 포크볼을 뿌리더라"며 "진지하게 물어봤는데 혼쾌히 알려줬다"고 밝혔다. 이어진 2주 간의 특훈, 배움은 확실했다. 김범수는 "캠프에 와서 구사해봤는데 코치님이 '손에 잘 감기는 것 같다'고 하신다"며 "지금까지 던진대로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상태라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범수는 1군 불펜에 자리 잡은 뒤부턴 '마당쇠' 역할을 했다. 필승조, 추격조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 2019년 45경기 103이닝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50이닝 이상 투구를 했다. 최근 3시즌은 60이닝 이상 투구. 부상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범수는 "시즌 막판이 되면 몸이 좋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는데, 나는 계속 던져보니 아프지 않더라. 그만큼 자신감이 있고, 부담도 없다"고 문제 없다는 뜻을 밝혔다.
올 시즌 목표, 당연히 '가을야구'에 고정돼 있다. 김범수는 "좋은 선수들이 왔고, 팀도 투자했다. 가을야구에 가는 게 우선"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팀이 잘 뭉쳐야 한다.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 지 받아들이고, 배우기 위해 두들기고 다가간다면 더 나아진 모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움엔 끝이 없고, 위 아래도 없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도전을 택했던 김범수의 결단은 과연 어떤 성과로 나타날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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