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옆에 금메달."
14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펼쳐진 국제수영연맹 2024 도하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 황선우(20·강원도청)가 1분44초75의 기록으로 마침내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품는 순간. '한솥밥 절친' 김우민(21·강원도청)이 뜨겁게 환호했다. 12일 대한민국 선수단 첫 결선 무대였던 자유형 400m에서 패기만만한 직진 레이스로 '반전' 금메달을 목에 건 '형' 김우민에 이어 '동생' 황선우가 동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수영이 단일 세계선수권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낸 건 전무후무한 역사다. '레전드' 박태환이 2007년 멜버른, 2011년 상하이 대회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따낸 이후 13년 만에 '황금세대' 황선우, 김우민이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수영청춘' 황선우와 김우민은 매년 함께 성장해왔다.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에 이어 파리올림픽 계영 첫 메달을 목표로 의기투합한 이들은 경쟁도 성장도 함께다. 황선우가 쏘아올린 기적이 자연스럽게 또래 선수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로 이어지면서 '잘하는 애 옆에 잘하는 애' '금메달 옆에 금메달'을 만드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0.01초를 다투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이들은 라이벌보단 절친이자 선후배다. 소속팀, 진천선수촌, 호주 전지훈련 내내 동고동락하며 같은 꿈을 꾸고 단내 나는 훈련을 함께 견뎌내온 전우다. 쉬는 시간이면 함께 게임을 하고 탁구를 치며 스트레스도 함께 풀어낸다. 세상이 놀란 김우민의 첫 금메달 순간, 가장 기뻐한 이도 황선우다. 박지훈 트레이너가 찍은 수영장 '금메달' 스크린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려 뜨거운 축하를 전했다. "우민이형의 금메달이 크고 멋있더라"며 자유형 200m 필승 각오도 새겼다. 황선우의 결선 레이스를 앞두고 김우민과 황선우는 의기투합했다. 호텔방 문에 자신들의 등번호를 나란히 붙인 후 손 하트 이모지를 넣었다. 금빛 도전을 함께 한다는 도원결의로 읽혔다.
자신의 레이스에만 오롯히 집중하는 전략도 같았다. 김우민은 300m까지 세계기록 페이스로 속도를 바짝 끌어올리는 압도적 레이스를 펼쳤다. 마지막 구간에서 일라이자 위닝턴(호주)과 루카스 마르텐스(독일)가 치열한 추격전을 펼쳤지만 뒤집기엔 늦었다. 5m 터치싸움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꿰찼다. 황선우 역시 스타트부터 첫 100m까지 자신의 페이스대로 치고 나가는 전략을 썼다. 150m 턴에서 미국의 루크 홉슨에게 선두를 내줬지만 당황하지 않고 마지막 구간 26초대로 재역전에 성공,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홉슨 선수가 굉장히 페이스를 올렸다. 나도 올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 선수를 따라가다 보면 제 레이스가 망가질 것같아 내 레이스에 초점을 두고 마지막 50m에서 승부를 보자는 생각이었다. 44초대에 들어가면서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게 됐다"며 미소 지었다.
황선우가 주종목 200m에서 그토록 간절하던 금메달을 따낸 순간, 김우민은 '멋진 놈'이라는 한줄로 마음을 전했다. 국제수영연맹 SNS가 올린 황선우 금메달 사진을 태그해 동생의 쾌거를 만방에 알렸다. 극한의 레이스 후 호텔방에서 재회한 황선우와 김우민이 각자의 금메달을 목에 건 채 환하게 웃었다. 눈부신 황금빛 '브로맨스'다.
이제 '황금' 브라더스는 멀티 메달과 함께 또 한번 새 역사에 도전한다. 황선우가 15일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사상 첫 결선행을 이룬데 이어 경영대표팀의 숙원이자 지상과제, 계영 800m에서 사상 첫 포디움을 열망하고 있다. 황선우, 김우민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양재훈, 이호준, 이유연 등과 출전한 계영 800m에서 아시아신기록(7분1초73)으로 사상 첫 금메달 목표를 이뤘다. 다음은 세계 무대다. 사상 첫 세계선수권 단체전 메달에 도전한다. 함께일 때 더욱 강한 이들이 4명 모두 베스트 컨디션으로 나서 7분대 '한신' 벽을 깬다면 계영 800m 메달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 목표를 위해 김우민은 자유형 800m 개인전도 기권하며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고 있다.
대회 직전 대한민국이 영국에 이어 은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했던 수영 전문 사이트 스윔스왬은 14일 황선우의 금메달 직후 "한국은 자유형 200, 400m 종목을 모두 석권했다. 800m 계영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수영강국' 영국, 미국, 호주를 능가할 유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이정훈 경영대표팀 총감독도 황선우의 금메달 후 "아직 5일이 남았다"는 말로 단단한 금빛 결의를 전했다. 남자 계영 800m 예선은 16일 오후 4시49분, 결선은 17일 오전 2시33분에 펼쳐진다. 함께일 때 더욱 강한 대한민국 '황금세대'의 기분좋은 반란이 곧 다시 시작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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