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위르겐 클린스만(62)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돌연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임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과거 독일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 감독자리를 내던질 때와 유사한 패턴이다.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경질 발표가 임박해오자 스스로 먼저 손을 털고 나가는 제스추어로 해석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16일 오후 자신의 SNS에 그라운드에서 대표팀 훈련 때 선수들과 둥글게 서 있는 사진과 함께 "모든 선수들과 나의 코치진 그리고 한국 축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시안컵 준결승으로 이끌어준 여러분의 성원과 준결승전 패배 이전까지 지난 12개월 동안 13경기 연속 무패의 놀라운 여정에도 대단히 감사 드린다"면서 "계속 파이팅하자"고 글을 마무리했다.
단순히 본다면 선수와 코치진, 그리고 한국 팬들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클린스만 감독이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여기에는 단순한 감사인사만 담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바로 대표팀과 한국 축구팬에게 전하는 작별인사, 즉 사임 메시지인 것이다.
자신에 대한 경질 결정이 발표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올린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정몽규 KFA 회장을 포함한 임원진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축구대표팀 사안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했다. 비공개로 진행 중인 이 회의의 안건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경질 여부다.
이미 전날 열린 전력강화위원회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전력강화위원회가 인사를 직접 결정할 권한은 없기 때문에, '인사권자'인 정 회장이 포함된 임원회의에서 클린스만의 경질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경질이 매우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KFA는 오후 2시40분에 이날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공식 발표한다고 알렸다. 정몽규 회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대중 앞에 설 예정이다.
이처럼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클린스만 감독이 한발 먼저 SNS를 통해 사임의 뜻을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클린스만은 과거에도 이 같은 행태를 보인 적이 있다. 지난 2019년 11월에 헤르타 베를린 감독으로 부임한 뒤에도 한국 대표팀 감독 때와 마찬가지로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며 팬들의 비난을 받자 구단과 상의도 없이 부임 3개월만에 SNS로 사임의사를 발표한 적이 있다.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후 이 일을 '실수'라고 표현했지만, 반복된 행동은 더 이상 실수라고 볼 수 없다. 클린스만의 '나쁜 버릇'이다.
신문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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