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트레이드 잘했네, 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
왕년의 '천재' 유격수. 지금은 롯데의 베테랑 내야 유틸리티. 이학주(34)의 현 주소다.
7년에 걸친 미국 생활, 2년간의 독립리그 생활을 거치고 KBO리그에 복귀할 당시만 해도 이학주를 향한 기대치는 뜨거웠다.
29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2차 1라운드(전체 2번)이란 높은 지명 순위가 이를 증명한다. 당시 전체 1순위는 '최강야구' 이대은(은퇴), 3순위가 바로 지난해 홈런왕 노시환(한화)이다. KT와 삼성 팬들이 이대은, 이학주 이야기만 나와도 배가 아픈 이유다.
최하늘+신인 3라운드 지명권(삼성 서현원)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무주공산'이던 롯데 주전 유격수를 꿰찼지만, 지난 2년간의 모습은 아쉬움이란 말로는 부족할 정도다. 일단 타율이 2할7리, 2할9리에 불과했다. OPS(출루율+장타율)도 0.6에 채 미치지 못한다.
김태형 감독과는 지난해 마무리캠프가 첫 만남이었다. 이학주는 "선수생활을 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껏 자극받은 속내도 드러냈다. 삼성 시절부터의 별명 중 가장 기분좋은 '클러치 리'라는 명성도 되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감독님께서 어이 2할 타자! 하고 계속 놀리시더라. '(이)학주는 2할도 겨우 치던데?'라는 말씀을 몇번 듣고 나니 엉덩이에 힘이 쫙 들어가더라. 새 시즌에는 타율도 올리고, 홈런도 두자릿수는 치고 싶다. 그러면 내야 한자리 주전을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김태형 감독의 자극 덕분일까. 이학주는 16일 열린 올해 스프링캠프 첫 청백전에서 홈런포를 가동했다. 6회말 까마득한 후배 우강훈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긴 한방. 오랜만에 느껴본 손맛이다.
지난해 경기 도중 호된 충돌도 겪었다. 한동안 두통에 시달렸지만, 다행히 후유증 없이 잘 회복했다. 이학주는 "동료들이 그 뒤로 좀 착해졌다고 하더라"라며 씩 웃었다.
이학주가 야구팬들로부터 유독 찬사를 듣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메이저리그급' 속도, 그리고 또 하나는 절묘한 슬라이딩이다. 미끄러져 들어가는 방향에 맞춰 자유자재로 팔을 바꾸며 태그를 피하는 테크닉이 눈부신 그다.
다만 김민호 수비코치는 "생각보다 느려서 그렇다. 이학주 정도면 어지간하면 '수영'을 할 필요 없이 세이프가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정말 타이트한 1대1 상황에서 발휘되면 좋은 스킬이지만, 그런 경우는 1년 중 몇번 없다. 결국 이학주가 더 민첩하고 예민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선발이든 대타로 나서는 타석, 또 주자로 뛰는 기회, 생각해보면 그 한번한번이 간절했던 것 같다. 어떻게든 세이프가 돼야 다음번에 날 써주실 것 아닌가. 한번이라도 더 뛰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다. 올해는 좀더 잘하고 싶다. 팬분들로부터 '잘 데려왔네'라는 말, 꼭 듣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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