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8일 화성실내체육관.
이날 IBK기업은행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에 나선 GS칼텍스 벤치. 감독석이 비어 있었다. 언제나 코트 바깥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차상현 감독이 없었다.
차 감독은 경기 이틀 전인 지난 16일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오랜 기간 주사로 통증을 다스리면서 팀을 지휘했지만, 최근 병원 진단에서 '수술을 더 미루면 안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결국 시즌 중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수술 후 생각보다 통증이 있다고 하더라. 상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당분간 지휘가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이상징후가 있었다. 차 감독은 지난 14일 김천에서 가진 한국도로공사전(세트스코어 1대3 패)에서도 두통으로 벤치에 앉은 채 팀을 지휘한 바 있다. '훈련, 경기 중 절대 앉는다'는 스스로의 지도 철학을 지키기 위해 가평 훈련장 내에도 감독 벤치를 치울 정도였던 차 감독은 "며칠 전부터 머리가 좀 아프다. 감독이 힘든 걸 티 내면 안되는데... 사실 압박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감독 없이 기업은행전에 나선 GS칼텍스. 최근 2연패에 그치면서 정관장(승점 47)에 승점 2점 뒤진 4위가 됐다. 차 감독 대신 기업은행전을 이끌게 된 임동규 수석코치는 "(감독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하시더라. 선수들에겐 '내가 (팀을 이끄는 게) 처음이니 벤치가 어수선할 수도 있다. 이해해달라'고 솔직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선수들이) 똘똘 뭉칠 수 있다"고 제자들의 분전을 촉구했다.
상위권 추격을 위해 반드시 이날 이겨야 했던 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원래 감독이 빠지면 선수들은 더 단결한다"고 말한 김 감독은 "평소보다 경기를 더 잘하기도 한다. 그래서 걱정이다. 차라리 (차 감독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차 감독의 빈 자리, 생각보다 컸다.
GS칼텍스는 이날 기업은행을 상대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1, 2세트에서 훨씬 안정된 리시브를 가져갔음에도 흐름을 잡지 못했다. 서브, 공격 범실이 이어지면서 기업은행에 흐름을 넘겨주기 일쑤였다. 분위기와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벤치의 묘수도 나오지 않았다. 임 수석코치 뿐만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 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가고자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수렁에 빠지는 모습이었다. 기업은행이 매 세트마다 크게 앞서가다 추격 기회를 내주는 등 운영 면에서 매끄러운 모습이 아니었음에도 GS칼텍스의 부진이 좀 더 깊었다.
이날 GS칼텍스는 기업은행에 세트스코어 0대3(21-25, 21-25, 21-25) 셧아웃 완패를 당했다. 최근 3연패. 이날 승점 추가 실패로 GS칼텍스(승점 45)는 기업은행(승점 43)에 승점 2점차까지 추격 당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령탑 부재 속에 결속력이 살아나길 바랐지만, 이젠 봄 배구 도전 뿐만 아니라 4위 자리 지키기도 위태로워졌다.
화성=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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