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방망이를 너무 잘 쳐서, 수비가 저평가된 거였죠."
이정후는 단호하게 얘기했다. 절친한 형이자 선배 김하성의 수비 얘기가 나오니 말이다. 무슨 말이었을까.
김하성 때문에 미국이 들썩였다. 김하성의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17일(이하 한국시각) 스프링캠프 개막을 앞두고 중대 발표를 했다. '슈퍼스타' 잰더 보가츠를 2루로 보내고, 지난 시즌 2루를 봤던 김하성을 보가츠의 자리인 유격수로 쓰겠다는 것이었다.
보가츠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11년 총액 2억8000만달러(약 374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받는 스타의 포지션을 갑작스럽게 바꾼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좌천'의 느낌이다. 유격수 수비가 약하니, 상대적으로 수비가 쉬운 2루로 가라는 의미다. 미국 현지에서는 샌디에이고의 이 결정에 깜짝 놀라는 분위기다. 보가츠도 "이렇게 빨리 포지션이 바뀔 지 몰랐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올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510억원) 대형 계약을 맺은 이정후. 당연히 김하성의 소식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18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훈련을 앞두고 만난 이정후는 김하성의 유격수행에 대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정후는 "하성이형이 어느 포지션이든 수비를 잘한다. 그런데 나는 형을 어렸을 때부터 봤다. 그 형은 유격수다. 유격수가 제일 잘어울리고, 유격수 자리에서 제일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유격수 치고 방망이를 너무 잘 쳐서, 수비가 저평가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KBO리그에서도 수비를 잘했다. 공격에 가려져 수비에 대한 얘기가 안나왔을 뿐이다. 사실 한국에서 제일 잘했다.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쓴 걸 감안하면 더 대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키움 히어로즈에서 함께 뛰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을 함께 했으니,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 수밖에 없다.
이정후는 보가츠의 2루 전환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개인 욕심이 앞섰다면 그런 결정을 내리기 힘들 었을 것이다. 팀을 생각한 것 같다. 만약 내가 비슷한 상황이라면, 내 욕심으로 포지션을 내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팀의 승리를 생각했을 때, 어떤 결정이 맞다고 한다면 따를 것 같다"고 의젓하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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