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 3년간 국내 최고의 투수 유망주 수집에 열을 올렸던 한화 이글스.
그러나 한화가 리빌딩 과정에서 만들어낸 재능은 마운드에만 있지 않았다. 데뷔 첫해 100안타를 돌파한 고졸 2년차 타자 문현빈(20)이 그 주인공.
2023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로 지명된 그는 스프링캠프와 연습경기를 통해 타격에 재능을 갖춘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평가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었을 뿐, 주전 경쟁 승리로 이어질진 미지수였다. 하주석 정은원 오선진 등 선배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존재감은 희미했다. 그러나 하주석의 징계와 정은원의 부진 속에 주전 도약의 기회를 잡았고, 문현빈은 타격 뿐만 아니라 수비 면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증명했다. 데뷔 첫 시즌 기록은 137경기 타율 2할6푼6리(428타수 114안타) 5홈런 4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86.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문현빈은 시즌 뒤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태극마크를 다는 영광도 누렸다.
이제 스무살이 된 프로 2년차, 예상 외의 성과에 들뜰 만도 하다.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도 나올 만하다.
하지만 문현빈은 2년차 답지 않은 성숙한 모습을 뿜어내고 있다.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그는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시즌이다. 새로운 경쟁에 긴장도 되지만, 기대되기도 한다"며 "비시즌 기간 준비한 대로 잘 할 수 있을지,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을 두고는 "굉장히 많은 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일본과의 APBC 결승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우승까지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값진 경험을 했고, 많은 걸 느꼈다. 한참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이 제한이 없는 국제 대회에 나가기 위해선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올 시즌 문현빈을 2루 뿐만 아니라 외야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호주 캠프 기간 문현빈은 두 포지션을 번갈아 가며 연습했다. "글러브 5개를 챙겨왔다"고 밝힌 문현빈은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게 최대 목표다. 둘 다 할 줄 안다면 그 목표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작년보다 준비가 더 잘 됐다고 생각한다. 작년처럼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면 더 좋은 기록이 따라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2004년생인 그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시기를 보며 자란 선수다. 꿈의 무대에서 뛰는 스타를 보며 자랐던 야구 소년은 이제 그와 한솥밥을 먹을 날을 앞두고 있다. 한화는 류현진 외에도 김강민(42) 안치홍(34) 채은성(34)까지 중량감 있는 베테랑이 포진한 만만치 않은 팀이 됐다.
문현빈은 "김강민 선배에게 잘 안되는 부분에 대해 물었더니 '너 스스로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네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부족한 부분도 더 잘 채울 수 있다'고 하시더라"며 "선배들 모두 정말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부담 없이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 게 좋다. 나이 차를 생각하지 않고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배움에 대한 열의를 드러냈다.
호주 캠프 일정을 마치고 2차 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향한 문현빈. 내달 17~18일 메이저리그의 서울시리즈에 앞서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평가전에 나설 '팀 코리아'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지금은 그 경기보다 캠프 준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만약 뛸 기회가 주어진다면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의 공을 쳐보고 싶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이나 변화구가 인상적이었다"고 승부욕을 드러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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