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일본)=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8년 계약에 총액 170억원. 한국 야구에 돌아온 한화 류현진의 몸값이다.
류현진은 "'힘이 있을 때 한화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년 계약은 강하게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트 보라스가 원했던 연간 1000만 달러(약 133억원)를 밑돈다 해도, 한국에서의 연봉과는 '넘사벽'이다.
그렇다 해도 양의지 김광현 이대호 등의 전례를 뛰어넘는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액, 최다 기간(확정 기준) 모두 역대 1위 금액이다. 올해 류현진의 성적에 야구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전성기 시절처럼 150㎞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직구, 200이닝을 넘나드는 압도적인 체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류현진 스스로도 "150이닝 이상은 던져야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2022년 받은 토미존(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과 떨어진 직구 구속, 12년전보다 향상된 KBO리그 타자들의 기량까지, 야구계 일각에서 류현진이 뜻밖의 고전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유다. 류현진은 37세의 나이를 잊게 할 수 있을까.
미국프로야구(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2023년 류현진의 직구(포심) 평균 구속은 88.6마일(약 142.6㎞)이다.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올랐던 2018년(90.3마일), 평균자책점 1위의 위업을 달성했던 2019년(90.7마일)보다는 확실히 떨어진 구속이다. 류현진의 커리어 전체를 따져도 가장 낮다. 지난해 빅리그에서 던진 투수들 중 하위 2%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빅리그에 복귀한 류현진은 11경기에 등판, 3승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야구는 직구의 빠르기를 겨루는 종목이 아니다. 타자는 타이밍을 잡고, 투수는 그 타이밍을 뺏는 경기다.
직구의 가치는 구속 뿐 아니라 무브먼트와 제구 등 여러가지가 복합된 평가다. 칼날 같은 제구를 앞세운 류현진의 직구는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46%)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말을 듣지 않았을 뿐이다.
KBO리그 대표 투수로 자리잡은 고영표는 어떨까. 지난 1월 KT와 5년 107억원에 연장계약을 맺은 고영표는 류현진보다 4살 어린 1991년생이다. 좌완과 사이드암이란 차이가 있지만, 절묘한 제구에 마구 취급받는 체인지업이 주무기라는 점은 비슷하다.
지난해 174⅔이닝을 소화하며 12승7패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했다. 자타공인 최고의 토종 투수였다. 하지만 직구 평균 구속은 134.6㎞(스탯티즈 기준)에 불과했다.
최근 3년간 523⅔이닝(리그 1위) 3년 연속 10승(36승) 평균자책점 2.99를 책임진 고영표다. 국가대표팀과 포스트시즌에도 그 존재감은 빛났다.
류현진은 원체 능구렁이 같은 완급조절과 핀포인트 제구로 승부해온 투수다. KBO리그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년, 승부처엔 153㎞ 직구까지 꽂아넣을 만큼 싱싱한 어깨를 가졌던 때지만, 그때도 직구 평균 구속은 143㎞ 안팎이었다.
특히 류현진은 개막전 선발로 나서기에 충분한 몸상태를 자신하는 한편 "토미존 수술을 받고 나면 2~3년차에 팔이 더 편해진다"며 향후 구속이 상승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돌아온 괴물'을 향한 기대치가 한층 뜨거워지는 이유다.
오키나와(일본)=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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