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국축구 수비의 미래로 불리는 '제2의 김민재' 이한범(22·미트윌란)이 6개월의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재능을 폭발했다.
지난해 8월 FC서울을 떠나 덴마크 미트윌란으로 이적해 줄곧 벤치에 머물렀던 이한범은 26일(한국시각) 덴마크 오르후스 세레스파크아레나에서 열린 오르후스와 2023~2024시즌 덴마크수페르리가 19라운드에서 처음으로 선발출전해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4-4-2 포메이션의 오른쪽 수비로 출전한 이한범은 전반 9분 상대 공격수 파트릭 모르텐센에게 페널티로 선제실점하며 끌려가던 전반 추가시간, 페널티 반칙을 유도했다. 이날 나란히 선발출전한 스트라이커 조규성이 지난 실축의 아쉬움을 잊고 깔끔하게 동점골로 연결했다. 미트윌란은 '코리안 듀오'가 합작한 동점골로 전반을 1-1 무승부로 마쳤다.
후반 3분 이한범은 내친김에 역전골까지 폭발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가 문전에서 걷어낸 공이 높이 솟구쳤다가 바운드되어 골문 쪽으로 되돌아왔다. 집중력있게 공의 움직임을 살피던 이한범은 빠르게 달려와 발로 툭 공을 건드려 득점에 성공했다. 서울 시절, 제공권 능력이 좋아 종종 공격수로 투입됐던 이한범은 유럽 무대에서 '수트라이커' 본능을 발휘하며 멋지게 데뷔골을 뽑아냈다. 조규성이 다가와 뜨거운 포옹으로 축하를 건넸다.
1분 뒤, 후반 4분 대형변수가 발생했다. 미트윌란 수비수 파울리뉴가 누적경고로 퇴장을 당한 것이다. 부랴부랴 미드필더 올라 브린힐드센이 빠지고 수비수 빅토르 박 옌센이 긴급투입됐다.
엎친데 덮친격 후반 31분, 또다른 수비수 스베리르 잉기 잉가손이 누적경고로 또 퇴장을 당했고, 페널티까지 헌납했다. 모르텐센이 골망을 흔들며 경기는 다시 원점이 됐다.
'퇴장 2명 페널티 2골'. 이보다 나쁠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이어간 미트윌란. 이한범이 영웅으로 우뚝 섰다. 오르후스가 거칠게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골문으로 향한 상대의 슛을 클리어링하며 추가실점 위기를 넘겼다.
버티고 버티던 미트윌란은 후반 추가시간 6분 샤를레스가 쇠렌센의 어시스트를 극적인 역전결승골로 연결하며 3대2 대역전승에 성공했다.
이한범은 주포지션인 센터백이 아닌 낯선 포지션에 출전했음에도 군더더기 없는 활약으로 통계업체 소파스코어 기준 양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8.7점을 받았다. 8점 이상을 기록한 건 미트윌란 골키퍼 요나스 뢰슬과 이한범, 두 명이다. 조규성은 7.0점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흐비도브레전에서 유럽 무대 데뷔전을 치른 이한범은 장장 100일 가까이 기다린 끝에 출전 기회를 잡아 토마스 토마스버그 미트윌란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센터백 잉가손이 퇴장 징계를 받은 만큼 내달 2일 코펜하겐과 빅매치에는 센터백으로 나설 가능성이 생겼다. 2023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인 이한범은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지난 브뢴뷔전 0대1 패배를 딛고 2경기만에 승리한 미트윌란은 승점 39점으로 2위를 유지했다. 같은 날 승리한 선두 브뢴뷔(40점)와의 승점차는 여전히 1점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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