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정후마저 없었다면, 너무 추운 겨울을 보냈을 '악마 에이전트'
프로 스포츠 에이전트 세계에서, 전 세계 최고 거물로 불리우던 '악마' 스캇 보라스가 완벽히 태세 전환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대굴욕'이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그나마 이정후의 계약이 없었다면, 보라스는 정말 민망한 겨울을 보낼 뻔 했다.
보라스가 그야말로 '백기 투항'중이다. 보라스의 주요 고객 중 한 명인 맷 채프먼이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3년 5400만달러라는 초라한(?) 액수에 사인을 했다.
채프먼은 이번 FA 시장 내야수 최대어로 분류됐다. 하지만 시간을 끌다 결국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게 됐다. 3년 계약이지만 매 시즌 옵트아웃 조건을 붙였다. 결국 이번 시즌 자신의 가치를 더 높여 FA 재도전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현재 꽉 막힌 시장에서 일단 도장을 찍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총액 1억달러가 넘는 장기 계약 제안을 받았던 채프먼인데, 이를 거절하고 졸지에 찍기 싫은 도장을 찍고 말았다.
보라스는 '악마'로 불리운다. 고객들이 줄을 선다. 많은 돈을 받아주기 때문이다. 보라스의 협상 스타일은 정평이 나있었다. 최대치로 협상선을 정해놓고, 구단을 압박했다. 그 전술이 지금껏 잘 통했다.
하지만 올 겨울은 구단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보라스 고객 선수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는데 사이영상 수상자 블레이크 스넬, 강타자 코디 벨린저를 포함해 5명의 대어급 선수들이 새 팀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벨린저가 참지 못하고 원소속팀 시카고 컵스와 3년 800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보라스와 벨린저는 2억달러가 넘는 '슈퍼 메가딜'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단들은 벨린저에 오퍼를 던지지 않았다.
벨린저 역시 매 시즌 옵트아웃 조건이다. 결국 궁지에 몰린 보라스가 아예 협상 전술을 바꾼 것이다. 지갑을 열지 않는 구단들이 꿈쩍을 하지 않자, 일단 올해만 넘기고 보자는 걸로 선수들을 설득했다. 이를 참지 못한 류현진은 결국 KBO리그 복귀를 선택했다. 류현진도 오랜 보라스 고객이었다.
문제는 1년이 지난다고 보라스에 대한 구단들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성적이 너무 급한 팀들은 지갑을 열 수 있겠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동안 보라스에 끌려다니던 구단들이 암묵적 '담합'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둔 이정후는 '대박'을 쳤다. 6년 1억1300만달러. 당초 5000만달러만 넘어도 성공이라던 계약이었는데, 이정후는 다른 보라스 고객들을 감안하면 정말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됐다.
보라스 입장에서는 이번 겨울 유일한 1억달러 이상 계약자로 이정후를 둘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가 됐다. 이정후가 아니었다면, 보라스는 엄청난 굴욕 속에 자신의 입지가 대폭 축소될 뻔 했다. 아,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님이 분명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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