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여자배구 정규시즌 우승의 향방은 시즌 마지막까지 오리무중이다. 흥국생명이 다시 현대건설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5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25-20, 29-31, 25-19, 25-17)으로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26승7패(승점 73점)으로 현대건설(승점 73점)과 동률을 이뤘지만, 세트득실률에서 앞서 단독 1위가 됐다. 반면 기업은행은 정규시즌 3경기를 남겨두고 15승18패(승점 46점)를 기록, 3위 정관장(승점 58점)과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 자력 봄배구 진출이 좌절됐다. 6연승을 질주하며 3위로 올라선 정관장이 남은 3경기에서 승점 1점이라도 따낼 경우 실낱 같은 희망도 끊어진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세터 고민을 안은 경기였다. 주전 세터 이원정, 폰푼이 각각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운 상황. 때문에 흥국생명은 김다솔, 기업은행은 김하경이 각각 출전했다. 기업은행은 김성태 구단주와 배우 이제훈이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양팀 공히 1승이 절박하다보니 매세트 접전과 긴 랠리가 이어졌다. 특히 2세트에는 여자배구에서 보기드물게 31점까지 가는 듀스 혈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전 만난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정관장(레드스파크스)이 상승세"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어 지난해 도로공사(당시 3위)에게 무너진 아픔을 떠올리며 "파이널 직행팀의 경우 마지막에 챔프전만 치르는 구조라 세미파이널을 치르고 올라온 팀에 비해 경기 리듬을 잃을 수도 있다. 3위 안에 들어 플레이오프에 올라오기만 하면, 거기서부턴 전혀 다른 무대"라고 강조했다.
김호철 기업은행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이 많아 아쉬운 시즌이다. 매경기 최선을 다하자고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며 속상해했다.
1세트 초반 기업은행의 범실이 쏟아지며 흥국생명이 8-2, 14-6으로 크게 앞섰다. 하지만 세트 막판 기업은행 아베크롬비의 맹공에 밀려 20-17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해결사' 김연경의 연속 득점으로 분위기를 다잡으며 첫 세트를 따냈다.
2세트는 기업은행의 반격. 2~3점차로 꾸준히 따라붙던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주도하에 22-20으로 뒤집었다. 하지만 한층 더 파워업한 아베크롬비를 막지 못해 다시 동점을 허용했고, 듀스로 접어들었다. 29-29에서 아베크롬비가 연속 득점을 따내며 기업은행이 세트를 가져갔다.
흥국생명은 레이나가 살아나면서 다시 3세트를 따내고 승기를 잡았다. 레이나는 13-13으로 맞선 세트 중반 3연속 득점을 따냈고, 이후 꾸준히 수비에도 기여하며 분위기를 살렸다. 기업은행의 추격을 뿌리친 것은 역시 김연경이었다. 22-18에서 아베크롬비의 공격을 가로막은 뒤 강렬한 세리머니까지 선보여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4세트는 역시 김연경을 위한 무대였다. 8-7로 앞선 상황에서 득점을 따냈다. 이어 레이나와 윌로우의 연속 득점이 터졌고, 김연경은 연속 블로킹에 이어 재차 공격을 꽂아넣으며 현장을 뜨겁게 휩쓸었다. 특히 21-17에서 24구에 걸친 역대급 메가랠리를 마무리지은 주인공도 김연경이었다. 흥국생명은 더이상 흐름을 빼앗기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36득점을 올린 김연경이 단연 팀 승리의 주역이었다. 윌로우(27득점)와 김수지(6득점 4블록)가 뒤를 받쳤다. 기업은행은 아베크롬비(35득점)와 황민경(15득점)이 분투했지만 아쉬움을 삼켰다.
경기 후 김호철 감독은 "확실히 흥국생명 선수들이 잘한다. 특히 서브가 굉장히 스피드있고 무게감이 있었다. 우리 선수들 열심히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면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은 긍정적이었다. 긴 랠리에서 점수를 따내는 게 결국은 집중력이다. (오늘은)결국 김연경이 점수를 냈는데, 무조건 힘으로 배구하는 게 아니다. 테크닉을 더 끌어올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일단 오늘밤은 1위"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사실 오늘 블로킹과 수비, 서브가 잘되진 않았다. 1~2세트와 3~4세트가 완전히 다른 경기 같았다"고 아쉬워했다.
김연경의 공격 부담에 대해서는 "어떻게 방법이 없다. 모마나 실바처럼 더 많이 때리는 선수도 있으니까. 외국인 선수를 바꿨지만, 그 부분을 해결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화성=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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