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한 팀의 자체 청백전일 뿐인데, 상상을 초월하는 열기가 집중됐다. 구단 자체 중계에 동시접속으로 7만명이 넘는 야구팬들이 집결했다.
'99번' 류현진의 올해 첫 실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류현진은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구단 자체 청백전에 화이트(홈)팀의 선발로 등판, 3이닝 3이닝 1피안타 1볼넷 1실점 3K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가 오렌지(홈)팀의 3대0 승리로 끝남에 따라 류현진은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수는 3이닝 46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제구, 최고 143㎞ 직구부터 116㎞ 커브에 이르는 완급조절로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트리는 모습은 말 그대로 명불허전, 예술 그 자체였다.
다만 전부터 '류현진의 공을 쳐보고 싶다'는 속내를 밝히며 상대팀을 자처한 채은성에게 매서운 2루타를 허용한게 옥의 티. 이후 하주석에게 던진 원바운드볼이 옆으로 흐르고, 한가운데 살짝 낮은 코스에 던진 날카로운 변화구가 존을 살짝 벗어나는 등 불운도 따랐다.
류현진은 1회초 정은원을 상대로 초구에 143㎞ 직구를 던졌다. 이날의 최고 구속이었다. 정은원 삼진, 문현빈 3루 땅볼, 김태연 삼진으로 1회를 마쳤다.
2회는 첫 타자 채은성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했다. 채은성은 1사 후 류현진의 원바운드 폭투 때 3루를 밟았고, 이어 하주석은 볼넷으로 출루했다. 채은성은 다음타자 이재원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이날 양팀 통틀어 첫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류현진은 3회에도 첫 타자 박상언을 내야 뜬공, 김강민을 삼진, 정은원의 좌익수 뜬공으로 가볍게 3자 범퇴 처리하며 이날 등판을 마쳤다.
1-0으로 꾸준히 진행되던 경기는 7회초 2사 1루에서 채은성이 정이황을 상대로 2점홈런을 쏘아올리며 오렌지팀이 3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은 지난 2월 11시즌 동안 활약한 메이저리그에 작별을 고하고 KBO리그 컴백을 결정, 8년 170억원의 조건으로 한화에 돌아왔다.
다음날 캠프 출국 당시 류현진은 "실내에서 65구까지 던져봤다. 불펜 투구를 해봐야겠지만, 개막전 등판에 맞출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후 류현진은 불펜에서 45구, 60구를 잇따라 던졌다. 이어 지난 2일 라이브피칭에서는 65구를 던지며 몸상태를 조율했다.
이날 경기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 연습경기에도 등판하지 않았던 류현진의 첫 실전 마운드였다. 이날 경기전 50구를 예고했고, 3회까지 46구를 소화함에 따라 3이닝으로 등판을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는 비공식전이긴 해도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다. 승패가 중요한 경기는 아니었다.
다만 류현진에겐 2012년 10월 4일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무려 4172일만의 대전구장 마운드 복귀전이었다. '1번' 한화의 미래, 국가대표 에이스 문동주(오렌지)와 '99번' 전설 류현진(화이트)의 맞대결이기도 했다.
또한 자동 볼판정 시스템(ABS)와 피치클락이 본격적으로 야구팬들에게 중계를 통해 첫선을 보인 경기다. KBO는 전날까지 스프링캠프에서 돌아온 선수들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느라 분주했다. 혹시나 대타, 대주자로 들어설지도 모를 투수들의 신체 역시 꼼꼼하게 측정했다.
당초 ABS는 시범경기를 통해 첫 인사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한화는 홈구장에서 열리는 연습경기인 만큼 ABS를 적용해 경기를 치렀다. 이에 따라 양팀 타자도, 투수도 스트라이크-볼 여부에 불만을 가질 수 없는 독특한 양상이 전개됐다.
이날 자체 중계 해설로 나선 이태양은 "한화의 달라진 힘을 실감한다. 류현진 한 사람으로 인해 팀 분위기가 이렇게 바뀔 수 있구나 싶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기 후 최원호 한화 감독은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라이브피칭이나 불펜피칭 때보단 제구가 조금 흔들렸다"면서 "그래도 구속이 최고 144 정도 나왔고, 경기 더 치르고 정규시즌 긴장감 올라가고 하면 140㎞대 중반은 던질 것"이라고 봤다.
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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