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전 좋은데 생태계가 파괴될 것 같은데요…."
새롭게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시대가 열렸다. 일명 '로봇 심판'이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정해 준다. 최대 장점은 일관성 있게 존이 적용된다는 점과 주심이 착시에 의한 오심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일면 포수의 프레이밍에 의해 볼이 스트라이크가 되는 경우나 포수가 잘못 잡아 스트라이크가 볼이 되는 경우가 없어진다는 점. 그렇게 되면 포수가 가져야할 덕목 중 하나인 프레이밍이 별 쓸모가 없어진다.
그저 공을 잘 받아주고 빠지지 않게 블로킹을 잘해주고, 2루에 공을 빨리 던지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물론 투수 리드는 기본이다.
지난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KT 위즈 이강철 감독과 ABS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강백호 포수 전환까지 흘러갔다.
이 감독이 "이제는 프레이밍이 필요없게 됐다. 블로킹을 잘하고 2루 송구 잘하는 포수가 더 각광받게 됐다"고 말하더니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쳤는지 "그렇게 보면 (강)백호가 포수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아이디어를 냈다.
강백호는 고교 시절 150㎞대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이기도 했지만 투수들의 공을 받는 포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KT 입단 이후 투수와 포수를 모두 하지 않고 외야수로 전향했다. 좋은 타격 재능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이후 1루수로 나섰던 강백호는 박병호가 온 이후 지난해 다시 외야로 돌아갔다. 올시즌에도 외야수와 지명타자로 뛴다. 그러나 1루수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 외야수로서 수비 능력은 부족한 편. 좋아지고 있지만 본인 스스로 확실한 자신감을 갖지는 못한다.
이 감독은 마침 훈련 중 더그아웃을 지나가는 강백호에게 말을 걸었다. "(강)백호야, 너 포수 어때. ABS 때문에 그냥 잡기만 하면 되는데"라고 했다. 이 감독은 이어 "백호가 포수 한다고 하면 3명은 집에 간다고 하겠다"며 웃음. 물론 농담으로 한 말이다.
강백호도 "전 좋은데 생태계를 파괴할 것 같은데요"라며 농담으로 맞받아쳤다. 이어 "저는 어디든 괜찮습니다"라며 쿨하게 반응하고는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이 감독은 강백호가 떠난 뒤 "예전에 강백호가 교체로 포수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장비 차고 있는데 딱 어울려 보이긴 했다"고 웃었다. 그러더니 "(장)성우가 그만둘 때쯤 생각해 봐?"라며 새삼 '포수 강백호'에 대한 아이디어가 괜찮을 수도 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장성우에 김준표 강현우 등 좋은 포수가 많은 KT로선 굳이 강백호를 포수로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 ABS가 불러온 재미난 아이디어였다.
강백호는 9일 시범경기 첫 날 상대 1선발 디트릭 엔스로부터 중월 투런포를 날렸고, 10일엔 2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하면서 타격감을 올리며 개막전을 준비하고 있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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