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준비가 안됐다면 안 하는 게 맞다."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은 시범경기를 통해 경험한 피치클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범경기 초반 화두는 ABS(자동판정시스템)와 피치클락. 올 시즌을 앞두고 KBO가 도입을 예고한 두 제도는 판정시비 종식과 빠른 경기를 위해 야심차게 도입된 제도다. 최근 수 년 동안 퓨처스(2군)리그를 통해 시범 운영했던 ABS는 올 시즌 세계 최초 도입이 결정됐고, 피치클락은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 형태에서 국내 실정에 맞게 조정한 방식으로 도입한다.
두 차례 시범경기를 통해 선을 보인 ABS와 피치클락.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ABS는 당초 득을 볼 것이라 예상됐던 타자들이 오히려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피치클락은 시행 첫 날 무더기 경고가 쏟아졌다. 페널티 없는 경고지만 선수들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는 모양새. KIA 나성범은 "예전 같으면 투구를 본 뒤 숨을 고르고 타석에 들어서곤 했는데, 정면에 보이는 피치클락을 보면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며 "페널티 없는 구두 경고지만, '내가 뭘 잘못했구나'라는 생각만 들어도 타자 입장에선 조심할 수밖에 없다. 마음이 급해지면 루틴이 깨지고 경기 전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려의 시선은 선수들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 감독은 피치클락에 대해 "현재 KBO리그 피치클락이 피치컴(버튼을 통해 자동으로 사인을 전달할 수 있는 기계) 없이 시행되고 있는데, 여건을 제대로 안 갖추고 제도를 시행하는 것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피치클락을 경험했던 류현진에게 들어보니 피치컴을 활용하면 시간이 훨씬 빨라지고 피치클락에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피치컴 없이 피치클락을 어떻게 하냐'고 하더라"며 "ABS는 퓨처스리그에서 시범운영을 해봤지만 피치클락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한 팀들은 경험해봤다고 하는데, 그럼 나머지 팀들은 어떡하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치컴은 도입하고 싶어도 주파수가 안 맞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너무 급박하게 제도를 도입하는 느낌이 든다"고 강조했다.
피치클락에 대한 우려는 최 감독만 있는 게 아니다. 앞서 두산 김태형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도 비슷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김 감독은 "피치클락은 작년 겨울에 감독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할 ?? 안하기로 했었다"면서 "견제 횟수가 제한된다는 것은 야구에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현장에서 얘기를 해서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감독 역시 " (정규시즌에) 안 할거면 안했으면 좋겠다. 안한다고 해도 초가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투수들이 심리적으로 의식을 하게 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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