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레츠고 유키! 컴온!" 일본 농구 스타를 응원하는 필리핀 관객들이 힘차게 외쳤다.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파이널4가 개최된 필리핀 세부 후프스돔은 농구 열기로 가득했다. 필리핀 팀이 모두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축제였다. 다만 KBL 구단들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EASL에서 성적은 KBL이 최상위권이었으나 인기는 비례하지 않았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한 이 대회에서 KBL은 모범생이다. 초대 안양 정관장이 우승, 서울 SK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에는 SK가 준우승, 정관장이 3위에 올랐다. SK는 지난 10일 치른 결승에서 일본 강팀 지바 제츠와 혈투 끝에 3점 차이로 아쉽게 졌다.
결과와 무관하게 SK와 정관장은 마치 '빌런'처럼 느껴졌다. 특히 결승에서는 지바를 향한 압도적인 응원이 쏟아졌다. EASL 측에 따르면 일본 팬들 750여명이 단체로 관람했다. 경기 전부터 지바 홈 분위기가 코트를 지배했다. 농구가 국기인 필리핀의 관중들은 NBA 출신 일본 가드 도가시 유키에 열광했다. SK 유니폼을 입은 한국 팬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사실 한국의 농구 열기는 일본 필리핀 대만에 비하면 초라하다. KBL은 2011~2012시즌 13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고 내리막 추세다. 2015~2016시즌에는 100만명을 채우지 못했다. 2019~2020시즌 65만명까지 떨어졌다가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고 지난 시즌 68만명으로 소폭 반등했다. 올해는 전반기까지 35만명이 들어와 점점 회복이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최고 인기구단으로 꼽히는 SK는 평균 관중 4000명을 웃돈다. 하지만 EASL 홈경기에서는 1500명을 넘기지 못했다. 정관장은 1000명도 채우지 못한 경기도 있다. EASL 관계자는 "솔직히 대회 흥행 측면을 고려하면 일본 팀이 우승하는 게 좋다"라고 털어놨을 정도다.
EASL 헨리 케린스 CEO는 한국 시장을 반드시 개척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리그다. 수준이 높다. 파이널4에 2년 연속으로 두 팀이 진출했다. 실력이 보장된 팀"이라고 강조했다. 성과에 비해 관심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마케팅에 소홀했던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아무래도 신생 리그이다보니 홍보보다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했다.
케린스는 인기몰이를 자신했다. 그는 먼저 "SK는 한국에서 대단한 팀이다. KBL이라면 원정팬들도 온다. EASL은 홈팬들만 와서 관중수가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앞으로도 우리가 안고 가야 한다"라며 한계를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노하우가 생겼다. 다음 시즌에는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다. 연예인을 초청하고 방송사와 더 많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 또 현장에서 팬 여러분들이 직접 즐길 엔터테인먼트 아이템도 추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관장 박지훈은 필리핀의 농구 인기가 부러웠다. 박지훈은 "필리핀 리그가 아닌데도 많은 팬들이 오셨다. 국내에도 정규리그에는 관중이 많다. EASL 경기는 그렇지 않다. 여러 상황이나 사정이 있겠지만 국내 EASL 경기에도 팬들이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농구가 더 흥행했으면 좋겠다. 우리 선수들이 더 잘해서 EASL도 인기가 높아지도록 노력하겠다. 팬이 한 명이라도 더 오실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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