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팬일까, 안티일까.
K팝 팬덤이 기묘한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 과거 1~4세대 팬덤이 '내 아이돌 절대 지켜'라는 마인드로 똘똘 뭉쳤다면, 최근 5세대 팬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스타와 기획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바로 공격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예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라이즈다.
라이즈는 데뷔 초부터 유난히 많은 구설과 루머에 휘말렸다. 멤버 승한이 사생활 유출 피해로 활동을 중단했음에도 이들을 향한 악성 루머는 멈추지 않고 있다.
13일만 해도 앤톤이 한 여성과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온라인상에 유포되면서 뜬금없는 열애설이 제기됐다. 이에 사진 속 여성이 직접 앤톤과는 오랜 친구사이라고 해명했음에도 일부 네티즌들은 '스킨십'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앤톤이 직접 라이브 방송을 통해 "며칠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제 마음과 다른 이야기가 너무 많아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은석 역시 "팬분들이 걱정하실만한 일은 하지 않았으니까 믿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소속사 SM 또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라이즈 멤버들에 대한 허위사실이 무분별하게 유포됨은 물론 인신공격 모욕 악의적 비방을 포함한 도 넘은 게시물 게재 등 불법적인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위와 같은 행위는 소속 아티스트의 인격과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로, 가해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고소를 통해 어떠한 합의나 선처 없이 강경대응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과거에는 이렇게 당사자와 소속사 측에서 입장을 밝히면 보통은 논란이 잠재워졌었다. 하지만 최근 팬덤은 해명보다는 팬덤의 생각에 더욱 치중하는 모양새다. 아무리 당사자가 억울함을 토로해도 팬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닌 것이 되는, '답정너' 굴레에 갇히고 만다.
실제 SM과 라이즈의 해명에도 여전히 비난과 의심은 계속되고 있다. 제로베이스원 또한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한 네티즌은 김지웅이 영상 팬사인회에서 팬에게 욕설을 했다고 주장해 파란이 일었다. 이에 제로베이스원 소속사 웨이크원은 음성 특수 감정까지 의뢰해 '욕설은 다른 목소리'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고, 김지웅 또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다른 루트로 음성을 분석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행사 당시 김지웅 외에 다른 스태프는 모두 여자였다며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팬들의 생각과 다르다면 과학기술조차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득이 될 때까지, 혹은 마음에 들 때까지 팬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트럭시위는 물론이고 멤버들의 과거 행적까지 추적하며 폭로에 열을 올린다. '한 번 돌아서면 가장 무서운 게 팬'이라는 수준을 넘어 멤버 지인들의 SNS 등을 염탐하고 파헤치는 사생활 침해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
신기한 것은 멤버들을 공격하는 주체가 타 그룹 팬덤이 아닌, 같은 그룹 다른 멤버 팬덤이라는 것. 이른바 '팀킬'이 벌어지고 있는 기이한 현상에 대해 한 관계자는 "자신의 '최애'의 인기를 올리기 위해 같은 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멤버를 끌어내리려는 시도가 많다. 아무런 근거 없는 비방글이 대부분이지만 내용이 워낙 자극적이라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운데, 또 섣불리 해명을 한다고 해도 끝없이 꼬투리를 잡으며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 해외 IP를 이용하기 때문에 악플러를 잡아내는 것도 어렵지만, 막상 악플러를 잡고 보면 미성년자들이라 처벌하기도 쉽지 않다. 과연 이들을 팬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K팝 아티스트들의 절대적인 지원자이자 동반자였던 팬덤은 이제 '내가 너를 사랑하고 지원해줬으니 너는 내 마음대로 움직여야 해'라며 감정적,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는 훌리건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미 단단한 코어 팬덤이 형성된 기존 아이돌에게는 타격을 줄 수 없는 만큼, 새롭게 팬덤을 만들어 가야 하는 5세대 신인 아이돌을 타겟으로 삼아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 이런 K팝 훌리건의 폭력에 스타들이 다치지 않도록 진성 팬덤의 자성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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