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인생 최고의 패전.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는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의 평가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4이닝 4실점. 키움이 3대14로 대패해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후라도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팀이 대패한 것도, 패전투수가 된 아픔을 잊을 수 있는 최고의 순간들이 있었다. '7억달러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를 2번 연속 헛스윙 삼진 처리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주목한 경기였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시범경기를 하기는 했지만, 오타니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서울시리즈' 개막 2연전을 앞두고 치르는 실전이었다. 한국에서의 첫 실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오타니는 경기 전부터 두 타석을 소화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첫 타석 후라도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2B2S 상황 5구째 바깥쪽 높은 148km 직구에 방망이를 헛쳤다. 누가 봐도 큰 타구를 의식한 풀스윙이었다.
후라도는 오타니와의 싸움에서 너무 힘을 썼는지, 나머지 타자들과의 대결에서 힘겨웠다. 1회 오타니 다음 등장한 프레디 프리먼에게 홈런을 맞았다. 그런데 오타니가 나오면 전의가 불타오르는 듯 보였다. 2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오타니를 상대로는 더 빠른 공이 들어왔다.
두 번째 타석도 똑같았다. 2B2S 상황 똑같은 코스, 똑같은 구속의 직구가 날아왔고 오타니는 헬멧이 벗겨질 정도의 풀스윙을 했다. 또 헛스윙 삼진. 그리고 교체됐다.
후라도는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몸값이 비싼 세계 최고의 타자에게 굴욕을 안긴 셈이 됐다. 그러니 패전이고 뭐고,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경기 후 후라도에게 오타니와의 대결에 대한 질문이 날아들었다. 후라도는 "기분이 좋았다. 오타니는 최고의 선수다. 나에게도 인상 깊은 삼진이었다. 내가 의도한대로 공이 잘 들어갔다. 오타니와 같이 플레이 한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였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후라도가 '오타니 천적'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후라도는 빅리그에서 활약하던 2018, 2019 시즌 오타니와 맞대결을 많이 펼쳤다. 22타수 4안타로 매우 강했다. 후라도는 "그 때와 비교하면 타격 시퀀스가 조금 바뀐 것 외에 큰 차이가 없었다. 오타니는 내가 아는 최고의 타자다. 매년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후라도는 마지막으로 "무키 베츠-오타니-프레디 프리먼까지 모두 MVP 출신들이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이슨 헤이워드도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들이다. 이런 선수들과 경기한다는 자체가 영광이었다. 많은 스카우트가 TV를 통해 경기를 봤을 것이다. 전 세계 팬들, 스카우트에게 내 역량을 보여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메이저리그 복귀를 꿈꾸는 후라도이기에, 만족스러운 등판이었다는 의미였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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