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는 150㎞를 넘는 강속구를 던지거나 날카로운 변화구를 구사할 경우 주목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그런 투수가 꼭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중요한 부분은 타자와의 수 싸움이다. 그런 능력이 뛰어난 투수들이 있다. 그 중 한 명이 KT 위즈의 셋업맨 손동현이다.
투수는 보통 주자가 있을 때만 투구 시간를 단축하기 위해 짧은 동작으로 던지는 퀵 모션을 한다.
하지만 손동현은 주자가 없을 때도 퀵 모션으로 던지는 유형의 투수다. 주자가 없다고 항상 퀵 모션을 하는 게 아니다.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손동현은 이렇게 말했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작년(2023년) 시즌 중 제 판단으로 시작했습니다. 원래 중간투수로서 새트포지션으로 많이 던지고 있어서 퀵 모션은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퀵 모션은 빨리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대신 투수가 중심 이동할 시간이 짧아져 구속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손동현은 "구속 차이는 별로 안 느낍니다"라고 했다. 손동현에게 있어서 퀵 모션은 이미 익숙한 투구폼이 돼 있고, 이를 자기 투구 패턴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손동현과 대결한 타자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KBO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인 양의지(두산)에게 물어봤다. 양의지는 2023년시즌 손동현과 5번 대결해서 5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약했다. 양의지는 손동현에 대해 "제구력, 공의 무빙도 좋습니다. 작년부터 마운드에서 여유가 보이고, 경기운영도 잘 하고, 실력이 올라 간 것 같습니다"라고 평했다. 손동현이 주자가 없을 때도 퀵 모션으로 던지는 것에 대해 양의지는 "타이밍 찾기가 부담스럽지요"라고 했다. 실제 손동현은 양의지와 무 주자시 대결했을 때 퀵 모션을 할 때와 안 할 때를 섞어서 던지고 있었다. 양의지는 덧붙여 "장성우 포수가 리드를 잘해서 KT 투수들이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포수답게 상태팀의 포수에 대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손동현은 작년 시즌 64경기에 등판, 8승5패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특히 후반기에는 5승1패11홀드, 평균자책점 2.29이라는 좋은 성적을 남겼다. 또 한 시즌 동안 중심타자(3~5번)를 상대로 피안타율 1할9푼1리라는 좋은 결과를 보였다. 올 시즌도 새 마무리 투수 박영현에게 연결하는 역할로 기대를 모은다.
야구는 단체경기지만 투수와 타자의 1대1의 대결이 계속 이어지는 신기한 스포츠다. 투수가 타자와 만날 때 무엇을 생각하고 던지는지, 또 타자 입장에서 투수가 던지는 공을 어떻게 치려고 하고 있을지 상상하면서 보면 한층 더 재미있게 야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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