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성공한 부자(父子) 선수. 이젠 손에 배트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
켄 그리피 주니어(55)는 데뷔할 때부터 이미 예정된 슈퍼스타였다. 아버지 켄 그리피 시니어는 메이저리그에서 19년간 활약한 레전드였다. 아들 역시 1987년 전체 1번으로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그리피 주니어의 재능은 더욱 뛰어났다. 2010년까지 무려 24년간, 2671경기를 뛰며 통산 타율 2할8푼4리, 630홈런 1836타점을 기록했다. 184도루까지 곁들인 '호타준족'의 교과서이기도 하다. 시즌 MVP(1997년)부터 홈런왕(4회) 골드글러브 10회, 올스타 13회까지,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였다. 4번의 10년(decade)에 걸쳐 뛴 최초의 메이저리거이기도 하다. 1990년 9월 15일에는 '단일 경기 부자 백투백 홈런'이란 희귀한 기록도 세웠다.
2010년 은퇴 후엔 무려 93.32%(437/440)의 지지를 받아 명예의전당에도 첫턴에 입성했다. 93.32%는 훗날 만장일치(마리아노 리베라) 반대 1표(데릭 지터) 등의 사례가 나오기 전까지 역대 최고 지지율이었다.
그리피 주니어는 지난 20~21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 '서울시리즈' 관람차 한국을 찾았다. 그는 "주로 관광을 다녔다. 남산 타워가 인상적이었고, 어제는 고궁을 다녀왔다. 사진 많이 찍었다"며 웃었다.
서울시리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3번째로 해외에서 열린 개막전이다. 앞선 2번은 모두 일본이었다. 그리피 주니어는 "한국은 야구를 정말 사랑하는 나라라는 걸 느꼈다. 현장의 열기가 굉장하다"고 감탄했다.
자신의 선수 시절을 돌아보며 "은퇴할 때 정말 힘들었다. 아무 생각도 없었다. 은퇴한 뒤로 1년 정도는 집에서 놀았다"고 했다. 왜 메이저리그의 코칭스태프로 일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아내 말로는 그러기엔 너무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던데"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그래도 마음 한켠은 언제나 야구에 닿아있다. 간간히 개인 코치로도 활동하고, 지난해 미국 야구 국가대표팀 타격코치를 맡기도 했다. 야구를 향한 열정은 진행중이다.
은퇴 이후 진짜 직업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다. 미국프로풋볼(NFL)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등의 현장 사진을 찍었다고.
이날도 그리피 주니어는 초대형 가방을 등에 멘채 고척돔 그라운드를 누볐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 데이브 로버츠 다서즈 감독을 비롯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눌 때도 절대 가방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는 "가방에는 아끼는 카메라와 렌즈가 들었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이어 "2009년 처음 사진을 찍었다. 아이 셋이 자라나는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시작했다. 아들의 첫 터치다운, 딸의 첫 득점을 내가 직접 찍었다"며 기뻤던 순간들올 돌아봤다.
그는 "내 아이들이 나처럼 (아버지의 명성 때문에)부담을 느끼지 않길 바랐다. '거울 속엔 네 자신이 있다'는 조언을 건네곤 했다"고 했다. 이어 '이종범의 아들', 'KBO리그 최고의 부자 선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도 다정한 말을 건넸다. 아버지를 뛰어넘은 아들다운 무게감 넘치는 한마디다.
"아버지 덕분에 내 이름은 쉽게 유명해졌다. 하지만 내게도 (그라운드에서)해야할 일이 있었다. (이정후가)빅리그에 입성한 이상, 이미 자신의 기량은 증명된거다. 스스로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면 된다. 하던대로 하길 바란다(Just be yourself)."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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