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꿈의 시간'이었다. 그토록 바라던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에 섰다. 한국 축구 역사도 한 단락이 바뀌었다.
'주민규(울산)'라는 이름이 새겨졌다. 33세333일, 최고령 A대표 발탁에 이어 33세343일, 데뷔전 기록도 새롭게 작성했다. 주민규는 21일에 이어 26일 A매치 두 경기 연속 출전했다. 안방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차전(1대1 무)에선 선발 출전해 62분을 소화했다. 태국과의 원정 4차전에선 후반 11분 교체투입돼 A매치 첫 승(3대0)의 감격을 누렸다.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시대가 야속할 뿐이다. 주민규는 두 차례나 K리그1 득점왕을 거머쥐었지만 단 한 번도 시험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들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는 색깔이 다른 스트라이커였다. 양지보다 음지를 지향하는 포스트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활동반경도 넓었다. 중원까지 내려와 공간을 창출했다. 최전방은 원톱과 제로톱을 오가는 유형으로 변신했다.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에도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최고령 A매치 데뷔골 기록을 다음으로 미룬 것이다. 그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후 "수없이 많은 노력을 하고 상상했다. 꿈이 현실이 된 것에 기뻤지만 승리를 가져오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처음보다는 두 번째가 나을 거다. 다음 목표는 데뷔골"이라고 했다.
인생 역전에 환호한 팬들도 간절히 바랐다. 주민규는 두 번째 경기도 공언대로 '머리 쳐박고' 간절히 뛰었다. 하지만 골과는 인연이 없었다. 대신 그 환희는 박진섭(29·전북)이 누렸다. 그는 후반 37분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쐐기골을 작렬시킨 후 포효했다. 또 다른 '드라마'였다. 박진섭은 '3부 리그의 신화'다. '연습생' 출신 주민규와 비슷한 궤적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해 11월 늦깎이 A매치에 데뷔한 박진섭은 6번째 출전 경기 만에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주민규에게는 박진섭이 동력이다. '늦게 핀 꽃'인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다음 A매치는 6월 열린다. 싱가포르, 중국과의 2차예선 5, 6차전이 기다리고 있다. 재승선의 파고를 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데뷔골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그의 '사전'에 포기는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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