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야 사는 5게임, 매치포인트를 기어이 잡아낸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세계 20위)가 양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대한민국 전지희 선수가 이토 미마 선수를 꺾고 8강에 진출합니다!"라는 장내 아나운서 코멘트에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7전8기, 7번을 붙어 7번을 패했던 '일본 여자탁구의 자부심' 이토 미마를 상대로 불굴의 전지희가 8번 만에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
전지희가 '세계 8위' 이토 미마(23)를 꺾고 안방 WTT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했다. 대한민국 남녀 에이스 가운데 나홀로 8강까지 살아남으며 포기를 모르는, 베테랑의 품격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전지희는 29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펼쳐진 신한은행 2024 WTT 챔피언스 인천 여자단식 16강에서 '천적' 이토 미마와 풀게임 혈투끝에 3대2(11-9, 4-11, 6-11, 11-8, 11-6)의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7번 붙어 7번을 모두 졌다. 7경기서 이긴 게임도 3게임에 불과했다. 부산세계선수권에서 '에이스'로 맹활약했던 전지희가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안방 빅매치에서 심기일전했다. 이전 경기와는 완전히 양상이 달랐다. 1게임부터 강하게 몰아치며 11-9로 승리했고, 2-3게임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4게임 다시 기세를 가져왔다. 빠르고 강한 공격으로 이토 미마에 대등하게 맞섰고, 내리 2게임을 11-8, 11-6으로 따내며 짜릿한 승리를 완성했다. 7번을 지고도 포기하지 않은 집념이 빚어낸 승리였다. 전지희의 두눈에 눈물이 솟구쳤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전지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토 미마는 내게 산과 같은 선수다. 정말 똑똑하고 훌륭한 전략을 갖고 있고, 내 작전을 너무 잘 알고 대처해서 솔직히 한 점 따내기도 어려운 상대였다. 올림픽에서 0-10으로 한세트를 진 적도 있다. 그런 선수를 이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기쁘다"고 말했다. "이기겠다는 생각보다 랠리 하나하나에 집중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일본대표팀 감독 출신으로 일본 탁구를 꿰뚫고 있는 오광헌 여자탁구 대표팀 감독의 조언도 힘이 됐다. 전지희는 "오 감독님과 함께 연구를 많이 했다. 오 감독님의 조언대로 지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했던 것이 주효했다. 길게 넣고 때렸다. 마지막 게임까지 가면서 이토 미마도 힘들어 하는 게 보였다"고 돌아봤다.
전지희는 안방에서 처음 열린 이번 대회 남녀를 통틀어 나홀로 8강행에 성공하며 대한민국 탁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개인적으로도 세계 탁구 최강자들이 총출동하는 WTT챔피언스 8강 진출은 처음이다.
전지희는 30일 오후 중국 최강, 세계 2위 왕만유과의 8강전에서 1게임을 7-11로 내준 후 2게임을 듀스 대접전 끝에 16-14로 가져오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3-4게임을 8-11, 7-11로 내주며 만리장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게임스코어 1대3으로 패하며 안방 WTT챔피언스를 마무리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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