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의 강점 중 하나는 기동력이다.
빠른 발을 이용한 베이스러닝과 폭넓은 수비는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강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등급으로 표시하자면 그의 발은 '평균 이상(above average)'이다. 그러나 도루를 많이 시도하는 선수는 아니다. KBO 시절을 보자.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0~13개의 도루를 하던 이정후는 2022년 5개, 작년에는 6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KBO 통산 도루는 69개로 성공률은 75%다. 미국 매체들이 이정후의 별명 '바람의 손자'를 자주 언급하지만, 실제 도루 숫자는 그리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
통계 전문 팬그래프스는 이정후가 올시즌 12번의 도루를 시도해 9개를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일 현재 5경기에 출전한 이정후는 도루자 1개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개막전인 지난달 2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5회초 중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곧바로 견제에 걸려 아웃된 것이 도루자로 기록됐다.
당시 호르헤 솔레어 타석에서 샌디에이고 우완 선발 다르빗슈 유가 초구를 던지기 전 재빨리 1루로 견제구를 던졌는데, 2루로 방향을 잡은 이정후가 역모션에 걸려 귀루하지 못하고 그대로 태그아웃됐다. 기록상 도루자(caught stealing)이다.
이후에도 이정후는 도루를 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지만, 시도하지는 않았다. 지난 1일 샌디에이고전에서 상대 우완 마이클 킹으로부터 1회와 3회 연속 선두타자로 볼넷을 골랐지만, 도루 시도는 없었다.
이정후가 잘 뛰지 않는 것은 부상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웬만하면 도루보다는 빠른 판단과 공격적인 주루로 한 베이스 더 가는 걸 선호한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에스테우리 루이즈, 애리조나 다아이몬드백스 코빈 캐롤처럼 나갔다 하면 뛰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에게 '그린 라이트'를 부여했을까.
멜빈 감독은 기동력을 크게 중요시하는 감독은 아니다. 지역 유력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난달 28일 '자이언츠는 이정후, 타일러 피츠제랄드, 오스틴 슬레이터와 같은 훌륭한 베이스러너들이 많다. 그러나 도루는 장타를 쳐 상대 수비를 압박하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 멜빈 감독은 그린 라이트에 관대한 편'이라고 전했다.
즉 무조건 뛰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정후에 도루 제한을 두지는 않고 있다는 예기다. 샌프란시스코 자체가 도루와는 거리가 먼 팀이다. 이날까지 도루를 기록하지 못한 팀은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메츠, 시카고 컵스 등 4곳이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팀내 최다 도루는 타이로 에스트라다의 23개였다. 나머지는 4도루 이하였다.
무엇보다 이정후 스스로 도루에 신중하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도루 시도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작년 여름 발목 수술 경력이 있어 부상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리드오프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높은 출루율만 보장할 수 있는 리드오프로 평가받고 있다.
동료 우익수 마이클 콘포토는 이정후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그의 플레이가 마음에 든다.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모두가 주시한다. 그의 인내심과 선구안, 공을 맞히는 능력, 수비력을 모두 본다. 분명히 파워를 갖고 있다. 노리던 공이 오면 힘을 실어 타구를 날려보낸다"면서 "우리는 그를 타선의 앞에 세워 우리를 위해 분위기를 만들어주도록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마이애미 말린스 시절인 지난해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즈를 곁에서 지켜본 호르헤 솔레어는 "아라에즈는 그런 타격을 오래 해왔다. 이정후도 몇 년 후면 그처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공을 치면 인플레이 타구가 된다. 그는 스트라이크존을 잘 안다. 존이 아니면 스윙을 하지 않는다. 스윙을 하면 공을 맞힌다. 아라에즈보다는 파워는 더 좋다"고 극찬한 뒤 "요즘 타자들은 헛스윙이 많은데 이정후는 아니다. 그는 항상 목표물을 노린다"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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