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의심없는 필승조였다. 시즌전 김태형 롯데 감독이 제시한 롯데 필승 마운드 구성에 구승민(34)이 빠진 적은 한번도 없다.
올해가 끝나면 FA가 된다. 홍익대를 졸업한 뒤 2013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올해로 12년차, 그간의 고생을 보답받을 기회다.
구단 역사상 첫 100홀드, 리그 통산 2번째 4년 연속 20홀드의 주인공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연봉도 4억5000만원으로 넉넉하게 올랐다.
그런데 부진이 생각보다 깊다. 롯데는 4일 대전 한화전에서 5대6, 1점차로 석패했다. 또다시 결정적 순간 필승조 구승민이 무너졌다.
레이예스의 홈런 등 2-0, 4-1로 앞서며 초반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선발 윌커슨이 노시환에게 솔로포를 허용한데 이어 페라자에게도 3점홈런을 얻어잦으며 4대4 동점이 됐다.
분위기는 넘어갔지만 반격의 기회는 충분했다. 실제로 롯데는 9회초 대타 이정훈의 2루타에 이은 상대 실책과 폭투를 묶어 1점을 냈다. 만약 7회 위기에서 구승민이 평소처럼 잘 막아줬다면, 뜨겁게 타오르던 한화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구승민은 이날 4-4로 맞선 7회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선두타자 문현빈과 페라자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채은성에겐 초구부터 좌측 펜스를 때리는 1타점 2루타를 엊어맞았다. 다음타자 노시환에겐 다시 볼넷을 내줬다.
결국 구승민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교체되는 굴욕을 겪었다. 롯데는 베테랑 김상수가 안치홍을 병살타로 유도했지만, 3루주자 페라자의 홈인은 막지 못했다. 김상수가 하주석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냈다. 하지만 승부를 뒤집는데는 실패했다.
문제는 구승민의 난조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 시범경기에선 4경기 3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지며 가을야구를 예감케했다. 리그 초유의 5년 연속 20홀드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만큼이나 단단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SSG와의 개막전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0-2로 뒤진 7회 등판한 구승민은 홈런 포함 3피안타 1볼넷을 내주며 3실점, ⅓이닝만에 교체됐다.
이어 지난달 26일 KIA전에선 1-1로 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선두타자 박찬호의 안타를 시작으로 폭투, 소크라테스에게 적시타까지 허용하며 결승점을 내주고 패전투수가 됐다.
끝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NC전에서는 롯데가 모처럼 타선이 폭발하며 1-5로 뒤지던 경기를 5-5 동점을 만들었다. 동점을 만들자마자 8회 등판한 구승민은 연속삼진으로 시작했지만, 권희동-손아섭-데이비슨에게 3연속 볼넷을 내준 뒤 천재환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다시한번 얼굴을 구겼다. 또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교체됐고, 박진이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롯데는 7-7 동점을 만들었지만, 연장 11회 김형준의 결승타로 7대8 패배를 맛봤다.
올해 롯데의 성적은 5일까지 2승7패.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타선이 부진 속에도 대등한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승부처를 포착하는 김태형 감독의 용병술이 빛나는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그중 최소 3번의 통렬한 패배에 구승민의 지분이 절대적이다.
총 4번의 등판에서 단 한번도 자신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1이닝을 채운 적이 한번도 없다. 급기야 4일 한화전에선 아웃카운트 하나도 못잡고 무너졌다. 이날까지 구승민의 시즌 성적은 2패 평균자책점 54.00, WHIP(이닝당 안타+볼넷 허용률)가 10.50에 달한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구승민 등판의 기댓값이 상대팀의 타자일순인 셈. 말 그대로 굴욕이다.
구승민은 고개숙인 모습보다 미소가 훨씬 잘 어울리는 선수다. 지난 3월 오키나와에서 만난 구승민은 "아픈데도 없고, 편안한 마음으로 잘 준비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빠' 김원중이 투수조장으로 팀을 다잡는 역할이라면, 구승민은 '엄마'로서 감싸안는 선수다.
롯데 역대 홀드 1위(108홀드), 2020년부터 4년 연속 20홀드의 꾸준함. 구승민은 "야구선수로서 열심히, 꾸준히 해온 증거다. 올해도 60경기 60이닝을 목표로 뛰겠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FA에 대한 질문에도 "올시즌을 마치고 결과로 받겠다. 응원이라 생각한다"며 웃어보이던 그다.
부상이 아닌 이상 구승민에게 꾸준한 신뢰를 보여줘야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프로 데뷔 11년의 세월 동안 단한번도 가을야구 무대에 서지 못했던 그다. 남다른 의욕으로 준비한 올해다.
하지만 하필 그 부진이 '김태형호'의 출발과 함께 터져나왔다. 구승민의 부활 또는 뒷수습, 롯데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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