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구단이 오타니 쇼헤이의 시즌 첫 홈런공을 잡은 팬과 관련한 이른바 '홈런공 협박 사건'을 바로잡기로 했다.
오타니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이적 후 첫 홈런을 기록했다. 4-3으로 앞선 7회 2사후 좌완 테일러 로저스의 5구째 93.2마일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아드는 싱커를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훌쩍 넘겼다.
지난 겨울 10년 7억달러에 다저스와 FA 계약을 맺은 그가 시즌 개막 이후 9경기 및 41타석 만에 터뜨린 첫 홈런이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오타니가 다저 블루를 입고 날린 역사적인 홈런이니 당연히 홈런공의 가치도 높을 수밖에 없다. 현지 매체들 보도에 따르면 이 공의 가치는 최소 10만달러.
그런데 이 홈런공은 다저스 열렬 팬인 부부의 손에 쥐어졌다. 아내는 암바 로만, 남편은 알렉시스 발렌수에라다. 이날 둘은 다저스타디움 우중간 외야석 중단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7회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서자 주위 사람들과 함께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홈런공 하나를 잡고 싶은 마음을 늘 갖고 있었는데, 오타니가 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 오타니의 홈런공을 차지하는 행운을 누린 것.
그렇지만 홈런공을 확보한 직후 일이 벌어졌다. 다저스 구단 보안 요원이 우루루 몰려와 공을 달라고 했다. 대신 모자 2개를 줄테니 공을 구단에 기증하라는 뜻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집에 가져가면 오타니가 친 공임을 인정해주지 주지 않겠다. 그러면 공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부부 입장에서 협박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로만은 당시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그 사람들이 나를 관중석 밖으로 데려갔다. 모자 2개를 줄테니 구단에 공을 넘기라고 했다. 남편의 조언을 들어야 하는데 나를 그와 떨어뜨려 놓았다"며 "보안 요원들과 만났을 때 압박감을 느꼈고, 그들은 위협적이었다"고 폭로했다.
남편인 발렌수엘라도 "보안 요원들이 나와 아내를 분리해 위협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했다. 우리는 가난하지 않다. 그저 합당한 가격을 받길 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지 매체에 따르면 로만이 오타니와 만나 축하받았다고 했지만, 부부는 "오타니를 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다저스 구단의 대응이 안일했던 것.
결국 다저스는 모자 2개와 오타니 사인이 들어간 배트와 공을 대가로 받았다고 한다.
이 사연이 디 애슬렉틱을 통해 알려지자 다저스 구단이 나섰다.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디 애슬레틱은 6일 'LA 다저스가 일을 바로잡으려고 한다'며 '오타니 홈런공을 주운 팬 2명의 이야기를 들은 뒤, 구단은 그들에게 다시 얘기를 하자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다저스 관계자는 "두 분을 다음 홈 경기에 초대했다. 아내 분의 생일이라고 해서 4월 13일 경기(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오시라고 했다"며 "경기 전 행사에서 두 사람이 주인공인 코너가 마련될 것이고, 클럽 레벨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밝혔다. 클럽 레벨은 일종의 가족석으로 그라운드에서 가까운 곳이다.
로만은 이에 대해 "연락을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또한 누구라도 만날 수 있어 기대도 된다. 오타니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어떤 선수라도 사인을 받고 싶다"고 흡족해 했다.
다저스 구단 이 일을 계기고 기념비적인 공을 회수할 때 절차를 다시 들여다 보기로 했다. 로만은 "그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음에 어떤 사람이 나와 같은 상황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저스 팬으로 봤을 때 좋지 않았다. 구단이 규정을 바꾸는데 있어 내가 도움이 된 것 같아 좋다"고 했다.
로만은 "홈런공을 기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오타니도 그 공을 되돌려 받으니 나도 기쁘다"면서 "나는 그런 좋은 자리에 앉아서 야구를 본 적이 없다. 정말 특별하고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일이 될 것 같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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