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만나면 사과해야 할 정도의 반전 활약.
키움 히어로즈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11일 SSG 랜더스전에서 이겨 겨우 3연전 스윕패를 면했는데, 무슨 기세가 심상치 않느냐고?
그 전에 파죽의 7연승을 달렸다. 연승 후유증이 있을 확률이 높았는데, 2연패 후 바로 반전의 승리를 만들어냈다. 7연승 후 5연패를 했던 한화 이글스와 비교하면 양반이다.
여기에 키움이 시즌 전 강팀으로 분류됐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하위 후보로 거론했다. 누가 봐도 객관적 전력에서 키움이 열세인 건 맞았다. 홍원기 감독 조차도 "인정할 건 인정한다. 다만, 선수들에게 더 내려갈 곳이 없으니 두려움 없이 해보자"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강조해왔다고 했다. 그런데 개막 4연패 아픔에도 흔들리지 않고, 순위 싸움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실 키움이 사실상 '1약' 후보로 전락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타선은 그렇다 쳐도, 마운드 힘이 너무 떨어져 보였기 때문이다. 당장 외국인 투수 2명 외에 확실한 선발 요원이 전무했다. 안우진, 최원태의 공백을 메울 선수가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신인들이 엔트리에 가득 들어찬 불펜도 불펜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토종 선발 없이 어떻게 긴 한 시즌을 버텨내겠다는 것인가"라며 키움이 최악의 시즌을 보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 데뷔 후 선발로 제대로 된 시즌을 치러본 적도 없는 하영민과 김선기가 3, 4선발이었다. 심지어 5선발로 낙점된 신예 조영건은 개막 전 부상으로 낙마했다. 키움 토종 선발들이 안정적인 활약을 할 거라고 예상하는 자체가 무리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대반전이다. SSG전 키움을 스윕패 위기에서 탈출시킨 게 하영민이었다. 5이닝 2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최지훈에게 투런포를 허용한 게 옥에티였지만, 기세가 오른 SSG 타자들을 상대로 씩씩하게 잘 싸웠다.
홍원기 감독의 뚝심도 돋보였다. SSG가 5회 2-3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하영민은 이미 투구수 100개가 넘었다. 2사 3루 위기였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냉정히 투수를 바꿀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 선발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하영민에게 '무한 신뢰'를 보였고, 결국 하영민이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내며 승리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3연승이다. 3번 나와 모두 이겼다. 첫 등판, LG 트윈스전 개막 4연패를 끊어준 것도 하영민이었다. 개인 3111일 만의 감격의 선발승. 두 번째 한화 이글스전은 류현진과 맞대결에서 이겼다. 매 승리 모두 가치가 '천금'이다.
물론 3경기 다 5이닝밖에 던지지 못했다. 한화전은 4실점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오면 질 거라던 선수가, 벌써 중요한 3승을 해줬으니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8000만원 연봉 값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영민이 앞으로 계속 승리를 따낼 수는 없겠지만, 지금과 같이 선발로 꾸준한 투구만 해준다면 키움은 '1약' 후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김선기도 3경기 1승1패로 선방하고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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